동향과 이슈

장애인의 날을 보내고

샘연구소 2012. 4. 23. 22:31

내가 다시 아래 속도로 걸을만해졌다.

 

'♩= ca. 120 '

 

1분에 사분음표 한박자를 약 120번 연주할 정도의 속도란 뜻의 음악 빠르기표이다. 알레그레토와 알레그로의 사이다.

라디오에서 정각을 알릴 때 "띠.띠.띠. 뚜"하는 속도가 '♩= ca. 60 ' (아다지오 정도)인 것을 이해하면 어느 속도인지 이해하기 쉽다.   

 

인대손상 이후 지난 1년 동안 깁스, 목발신세를 졌다. 겨우 8개월만에 목발을 던졌고 조금씩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전철은 노약자석을 이용하면서였다.

이제 평지에서 굽낮은 신발을 신고 제법 보통사람들 걷는 속도로 걸을 수 있다. 

다리 근육을 되살리려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도 오르내린다.

 

그동안에 얻은 것은 조심성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뱃살만이 아니다. 장애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다.

우리는 누구나 '예비 장애인'이다. 또는 부분이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이미 장애인'이다.

아니, 날 때부터 장애인이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사회적으로 정하는 장애인이라는 딱지는 얼마나 편협한지.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문명화된 나라들은 대개 수명이 연장된다. 그리고 고령 사회가 된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 세계에서 고령화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반면 출산율은 가장 낮다.

 

통계청 발표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2000년에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2%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0년 전체 인구의 11%에 달했다. 2018년에는 14.3%로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20.8%가 되어 '초(超)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쯤에는 노년층이 유년층보다 많아지고 일할 수 있는 사람 3명이 어른 한 명을 부양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출처: 이데일리인터넷신문 2011년 9월 29일자

 

 

인간은 누구나 나이에 의해 자연스럽게 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장애인으로 죽는다.

영유아기와 노년기에 누군가의 이해와 돌봄이 없다면 청년기나 장년기 역시 불가능하다.

비장애인으로 사는 시기는 전 생애 중에 아주 짧은 시기가 아닌가.

 

노인이란 무엇인가?

나는 장애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노인인구가 많아지면 사회에서 가장 먼저 변해야할 것이 장애인에 대한 관점이고 정책들이어야 한다.

미래세대에게도 노인과 장애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공생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의 얼마 후의 모습으로 준비할 수 있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장애나 노년은 결함도 결핍도 아니며 자연스러운 이치이자 삶의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며칠 전 장애인의 날이 지나갔다.

장애인이나 만성중증질환을 가진 노인이 있는 가정들이 참 살기 어렵다.

당사자들은 말할 나위없다.

 

우리는 간간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장애인들 또는 장애인과 그의 가족, 노인과 부양가족, 노인... 들이 자살하는 소식을 듣는다.

기초생활수급비 월 40여만원과 중증장애인 연간 15만원, 장애연금 등으로 생활도 치료도 다 될 리가 없다. 

그나마 법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보장되고 있지만 성인이 되면 갈 곳이 없다.

부모들은 '내가 1분이라도 나중에 죽어야할 텐데...'하는 생각으로 산다.

 

장애인의 날을 보내며 생각한다.

노인이 살기 편한 사회, 장애인의 가족이 행복한 사회가 우리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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