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대개 도시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혹시 주민들이 기분 나쁠지는 모르지만 쉽게 말해서 가난한 동네, 집값이 싼 동네에서 한다는 뜻이다.
가난한 동네에 가난한 집들이 많고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교육적 여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가 후원하고 학교가 가정, 지역사회와 손잡고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다는 사업인 것이다.
그러니 교육복지사업을 제대로 하자면 지역을 알아야만 한다. 학교사회복지도 마찬가지이다.
얼마전 인천시 남부교육지원청을 방문하여 교육청에서 프로젝트조정자로 일하는 학교사회복지사와 함께 지역탐방을 나섰다.
마침 봄볕이 25도까지 오르는 햇살 좋은 날이었다.
교육청은 남구, 동구, 중구를 아우른다고 했던가? 아직 내가 걷기가 불편해서 조금만 걸어서 다녀보기로 했다.
차이나 타운의 중국식 건물
출처: http://www.ichinatown.or.kr
교육청이 자리한 곳은 앞으로는 연안부두가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맥아더 장군 동상이 서있는 자유공원이 있다. 교육청 아래로는 과거 일제시대에 일본인, 중국인들이 조선으로 들어와 자리잡아 살던 마을이 있다. 차이나타운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있다. 동네 전체가 마치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축박물관이다. 과거 창고들을 개조해서 갤러리와 문화공간으로 만든 아트 플랫홈도 재미있다.
고개를 올라가 바위산을 깨고 벽돌로 지은 통로인 홍예문을 통과하니 제물포고등학교가 나온다. 우측으로 꺾어지니 점집들이 많다. 더 내려가니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건물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고 주변에 참치구이가게들, 떡볶이집, 문구상, 그리고 인천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중 두 개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 출처: 서울문화투데이
거기서 택시를 타고 수도국산으로 갔다. 송림산이라고도 불리우는 수도국산 꼭대기에는 박물관이 있다. 과거 '달동네'로 불리우던 그 동네의 옛 생활을 추억할 수 있도록 만든 테마 박물관이다. 거기서 내려다보니 주변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낮은 지붕을 사이좋게 어깨동무하고 앉은 송림동 일대. 멀리 재개발로 높이 선 아파트 숲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고개를 내려오며 보니 몇 년 전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를 그려준 골목도 보이고, 화초와 채소들이 심겨진 스티로폼 화분들이 집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저런 집에는 적어도 아이에게 신경을 써줄만한 할머니나 아주머니가 사시겠구나... " 생각했다.
어느 집 앞 평상에 할아버지들이 해바라기를 하고 계시다. 70세쯤 되어보이는 할머니가 90쯤 되어보이는 할머니를 부축하고 걸어간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일까? 어머니와 딸일까? ... 중국어를 쓰는 이들도 지나간다. 아이들이 재잘재잘 손가방을 흔들며 지나간다.
일대에서 가장 큰 건물이 청소년수련관이었던 것 같다...
송림동 마을 모습 :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view.html?cateid=1026&newsid=20090528170905108&p=ohmynews
산을 따라 꼬불꼬불 난 좁은 골목, 작은 집과 대문, 겸손하게 낮은 지붕들은 가난에 찌들고 불결하다거나 도시에서 몰아내야 할 추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과거이고 현재. 거기도 사람이 있고 삶이 있다.
여기서 사는 아이들을 위한 복지, 교육은 어때야 할까.
지역사회에 '전문기관', '전문가'와 같은 자원은 별로 없을 것이다. 상관없다.
마을을 이대로 안전하고 따스하게 만드는 지역사업에 대한 희망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재미날 것이다.
현대시장쪽으로 나갔다.
어릴 적 익숙하던 옛날 시장 모습이 그대로 있다. 아니, 요즘 북경의 한 구석 같기도 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사고싶은 것이 많았다. 지갑사정이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무장해제한 것처럼 날씨도 칭찬하고, 발목 아픈 투정도 늘어놓고,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이 지역의 학교사회복지사라면 아이들과 골목을 누비고, 청소도 하고, 벽화도 그리고, 집앞에 텃밭을 가꾸고, 사진을 찍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고 시장을 누비면서 재미난 일들을 많이 꾸밀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신이 났다.
글쎄... 직접 살면 불편한 일,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점도 많겠지... 그런 것들은 무엇일까, 어떻게 바꿀까...
잠시 걸으며 본 것이지만
가난한 동네에서의 학교사회복지, 교육복지와 지역연계사업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 지 또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자원이 없다고들 한다.
당연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는 자원, 전문기관, 전문가들의 네트워크가 아니다.
지역을 어떻게 평화롭고 안전하게, 친교육적으로 만드는가이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 학교사회복지사, 교사, 장학사들은 이런 골목을 많이 더 자주 걸어보고 노인들과 평상에 나란히 앉아서 자식 대신 돌보는 손주 걱정도 나누어 보고 장을 보면서 주인이나 손님들과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도 듣고 그래야 할 것이다. 학교 사무실 책상에서 지내는 시간만큼 동네에 자주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동네가 좋아질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남같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을 제대로 알게 될 것이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런 순서로 해야할 것이다.
시인 나태주도 노래하지 않았던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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