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다.
연일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오르고 낮의 햇살은 한여름같이 뜨겁다.
바야흐로 가출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겨울에는 날이 추우니 왠만하면 가출을 잘 하지 않고 나가더라도 금세 들어오지만
날이 따스해지면 밤늦도록 밖에서 노는 때가 많아지면서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그러다보면 노숙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가출도 많아지고 또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다.
지난 4월 29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연도별 가출 청소년 쉼터 이용현황'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의 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어린 학생들의 가출이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
13세(초등학교 6학년생) 이하 가출 청소년은 2010년 374명에서 지난해 891명으로 1년 사이 2.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가 제출한 '가출청소년 가정복귀 지원을 위한 심층조사 및 정책과제 발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83개 청소년 쉼터에 머무는 가출 청소년 854명 가운데
가출 횟수가 1~3회인 청소년이 전체의 절반 가량인 42.7%인데 10회 이상인 청소년도 30.1%로 거의 1/3 수준이다.
한 번 나가고 마는 아이들에 비해서 계속 가출을 반복하는 아이들도 그에 못지 않게 많다는 것이다.
집을 나가는 원인은 다양하다.
가족 요인으로는 '부모와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43.4%)과 '부모의 지나친 간섭'(36%), '부모의 부부간 불화'(29%0, 그리고 '부모의 폭행'(26.7%) 등이 주요한 순위를 차지했다. 빈곤은 그 다음 순위였다.
작년의 조사결과도 유사했다. 학교나 친구문제보다도 구체적으로 가출을 부추기는 것은 역시 가족요인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 중요한 것이 부모와의 갈등이나 폭행이었다.
학교 요인으로는 '학교생활 흥미 부족'(24.1%)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성적 및 학업의 부담감'(12.8%)이 뒤를 이었다. 사실 학교가 실으면 땡땡이를 치면 되지 가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가출할 정도로 가정이 행복하지 않다면 공부가 잘 되고 학교생활이 즐거웠을 리가 없다.
하지만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 응답을 조합하면 아이들은 집안에 있는 것보다 집밖에 있는 것이 편하고 좋아서, 집안에 있으면 답답하고 짜증나서 혹은 우울하거나 불안해서 또는 구질구질한 집구석을 벗어나 독립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서울신문 http://media.daum.net/v/20120430032142845
집을 나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은 몰려다니며 또래 아이들에게서 돈을 빼앗거나 도둑질을 하게 된다. 또 소수의 아이들은 성매매까지도 시도하게 된다.
그래도 알바자리라도 얻어서 일하고 돈이라도 받으며 지내면 나은 편이다.
어떤 녀석은 허우대가 멀쩡했다. 노모와 둘이 살았는데 가출을 했다.
그리고 갈비집에 취직해서 아줌마들의 사랑을 받으며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그만 친구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크게 다치는 바람에 집에 돌아오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대환영? No! "저것이 왜 또 살아돌아왔나"하는 눈초리였다. 사실 그놈의 행세가 쭉 그러해왔으니. 교사뿐 아니라 아이들도 싫어했다. 심지어 노는 아이들도 싫어했다.
그런데 그놈은 소소한 문제행동과 규칙위반으로 거의 매일 학생부에 끌려가 혼나면서도 꾸역꾸역 학교에 나왔다.
집과 학교로 돌아온 후에도 그놈은 바람이 들어서 몇 번이나 가출을 했다. 돌아오면 제일 먼저 복지실 문을 빼꼼히 열고 아는 척을 했다. 한 번은 문 사이로 디민 얼굴에다 냅다 슬리퍼를 던졌다.
"야, 이놈아! 자수성가해서 돌아오기 전까진 돌아오지도 말어! 아님 나가지를 말든가!"
그래도 그놈은 능청스레 나를 덥썩 끌어안으며 막았다.
사실 그녀석은 학교에 오는 것,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마운 녀석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그래도 잘 졸업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간 후로 소식이 묘연하다. 집 형편이 바뀌지 않고, 학교 생활이 점점 더 적응하기 힘들다면, 공부가 점점 더 견디기 힘들다면 그는 또 교출, 가출하겠지... 그런 속에서 남들이 다 가는 길로 자기를 끌고 가기엔 너무 힘들었겠지...
어떤 놈은 노숙이 취미였다. 집이 답답해서였다. 집에 가보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그런데 가만 보니 아버지도 노숙이 취미시다. 헐...
문제는 위생과 시간관념이었다. 공부나 학교생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떤 녀석은 식당 일 하는 엄마와 둘이 살다보니 거의 혼자였다. 결국 동네의 껄렁한 노는 형들에게 붙잡혀서 도둑질하는 심부름꾼이 되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붙잡히다가 판사앞에 서게 되었다.
엄마는 아이를 책임질 형편이 못 되었다. 그나마 식당일이라도 해서 입에 풀칠하고 사는 게 나았으니까 아이는 뒷전이었다.
아이는 이미 학교에서 떠난 지 오래였다. 친구도 없고 또래 아이들과는 생각도 삶도 너무 달라서 어울릴 수도 없고 어울리기도 싫었다. 공부는 더더욱이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선생님을 비롯해 어른들은 모두 자기를 버리고 괴롭히는 괴물이었다.
법원에서 징계조치가 내려졌고 상담이니 미술치료니 시도했지만 결국 아이는 소년원까지 가게 되었다.
가출도 체계가 변하지 않은 채 아이만 가지고 해결하기 힘든 사례이다.
어떤 가시내는 처음엔 재미로 친구집에 모여 놀면서 외박을 했다. 그러다가 밖에서 놀면서 외박을 했다. 그러다가 아예 밖으로 빠져버렸다.
가출한 아이들과 이리 저리 어울려 살면서 돈을 마련하려고 결국 나이를 속이고 인터넷으로 성매매를 하다가 들키게 되었다.
한참 사춘기에 접어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 엄마가 인터넷 채팅을 하다가 집을 나가버렸고 식당일 하는 아버지와 언니와 살고 있는데 이놈만 유난히 몸살을 세게 앓은 것이다.
가출도 가지가지다.
그러나 아이들은 가출중에도 대개 그 과정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은 불안하고 외로웠고 죄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바깥생활이 재미있거나, 돌아오라고 불러주는 이가 없어서 전기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혹은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렇게 엉거주춤하다가.. 끌어당겨주는 이가 없으면, 서로 삐걱거리면서라도 '쪽 팔리면서'라도 돌아가지 않으면,
아이들은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하고 그렇게 '거리의 어른'으로 향해 갈 수도 있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같은 책들이 생각난다.
3월에는 폭력이 많고 4월엔 자살이 많이 발생한다.
5월은 가족의 달, 그러나 가족관계가 불안하고 집이 밖보다 답답하고 불편한 아이들을 만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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