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시골마을 교육복지사업

샘연구소 2012. 5. 15. 21:38

올해는 강원도 양구, 홍천과 경기도 북부의 포천, 양주, 전곡같은 지역의 교육복지사업학교들을 다니게 되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1시간~2시간을 달려서 도착하는 산골마을.

 

 

 

 

 

 

예전에는 농업이 주였겠지만 이제는 농사라 할 것도 없이 그저 식구들 반찬거리할 정도의 조그만 밭뙈기나 부치거나 소매상이 많은 시골이다.

그리고 위의 지역들 중엔 군부대들이 자리하고 있고, 군인가족이 마을 인구의 70%이상인 곳들도 있다.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도 많다.

군청과 보건소(출장소), 학교, 농협, 우체국 등이 기본 공공시설이고 수련관, 복지관, 상담센터 등이 읍에 한 군데 정도 있다.

그 외의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할만한 기관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어디가나 학교의 모습들은 유사하다. 네모난 건물, 네모난 창문, 네모난 교실, 네모난 책상, 네모난 칠판...

그리고 거기에 2140년대, 2050년대, 2060년대, 아니, 2100년을 살아갈 청소년들이 있다.

 

 

 

 

 

 

그런 시골에서의 교육복지사업은 어때야 할까?

서울만 벗어나면 그런 인적, 물적 기회와 자원들은 거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서울서 모셔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쩔 것인가. 교육복지사업은 '네트워크사업'이라고 하는데....

그러나 네트워킹은 하나의 전략이고 기술이다.

 

1. 학생, 교육을 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내가 생각하는 교육복지사업은 아이들을 교사나 어른들의 목적에 따라 판단하고 조작하려 하지 않고 나름의 가능성과 스토리를 가진 '자연인' 그 자체로 다시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붙잡고 좇아온 가치관과 이론을 내려놓고 새로운 관점을 채택하기 위해서 어떤 교사들, 학교에게는 거의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치관 위에 서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프로그램이나 네트워크 활동도 모래성이나 빈 깡통과 같다. 어떤 곳에서는 사업 추진 과정에 그런 요란한 깡통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2. 자원 개발과 협력

시골에서 교육복지사업을 하다보면 프로젝트조정자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은 빈한한 지역사회 자원을 찾아서 애를 쓴다. 한편으론 가능성 있는 어른, 기관을 찾아서 능력을 키우는 사업도 하고 학생들이 자라서 또 자원 구실을 하게도 한다. 그렇게 해가 지나면 차차 자원이 생겨나고 튼튼하고 촘촘해질 것이다. 그러니 초창기 이 사업은 씨앗심고 물주기와 같다.

지역사회에 사회적 서비스가 많으면 좋고 적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서로가 필요를 확인하고 고민하고 만들어가고 함께 성장, 성숙, 협력해가는 과정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 오지, 시골일수록 정기이동으로 철새처럼 손님처럼 머물다 가는 교사들에게 기대하기보다 대개 지역주민인 비정규직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지만 폐쇄체계로 지역사람들끼리만 복닥거리는 것도 발전적이지 못하다.

어떻든지간에 관여자들 모두 마을과 마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명나게 아이디어를 마구 생각해내고 지치고 좌절하게 하는 온갖 어려움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희망을 만들어나가도록 해야 한다.   

 

3. 선별적 복지프로그램에서 일상적, 보편적 삶의 구조로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은 몇몇 교육철학자들이 지적한 '일상성'이란 것이다.

교육복지사업도 아이들 삶의 일상적인 구조와 관계들 속에서부터 출발해서 그것으로 끝나게 해야 할 것이다. 늘 사는 가정, 학교, 마을의 늘 보는 사람, 늘 움직이는 동선이 더 안전하고 건강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고 신나게 되어야 한다. 이 사업이 집에서 가족이, 교실에서 교사가 할 일들을 손쉽게 포기하게 하는 구실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가난하고 모자라고 힘들어도 서로를 부축하면서 조금씩 기다리고 이해하고 참고, 가진 것으로 돕고 나누면서 해나가야 할 것이다. 특별한 기관의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아이들만 모아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특별한 감사와 변화를 입증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초창기에만, 그리고 최소한으로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프로젝트조정자와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정규직이 되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도 어느 시골 교육청의 담당 장학사님이 그 지역의 어려움, 아이들의 문제들을 장황하게 오랫동안 늘어놓으시는 것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분은 승진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하셨다. 하지만 어떤 시골 학교 교장선생님은 학교 아이들의 밝고 사랑스런 모습들과 교사들 칭찬, 자랑하시느라 나를 놓아주지 않으셨다. 그분은 여러 사업을 끌어들이고 자기 인맥을 총동원해서 교사와 아이들을 바쁘게 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학교를 활기차게 운영하고 계셨다.

 

온 몸 구석구석 맑은 피가 힘차게 돌듯이 시골의 아이들도 밝고 신나게 자라는데 이 사업이 산소같은 구실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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