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운동의 교육적 효과

샘연구소 2012. 5. 7. 22:31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고 나서 교과부 지침에 따라 학교마다 체육시간을 보강하느라 한동안 어수선했다. 방법은 무리수가 있었지만 체육활동이 청소년의 공격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모든 연구들이 입증하고 있다.

 

하버드대 정신과 존 래티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글에서 “운동이 집중력과 침착성을 높이고 충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과학전문 잡지인 <New scientist>지에 따르면 주3회, 30분씩 운동한 결과 학습능력과 집중력이 15% 향상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보고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반영하여 켄터키주는 중2까지 매일 의무적으로 30분씩 운동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고등학교에서는 수업시작 전에 고강도의 체육수업을 실시한 후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독일 울름대학 연구팀 실험결과, 공부 중간마다 30분씩 간단한 에어로빅을 했더니 집중력 향상되었는데 특히 수학에서 좋은 결과를 보았다고 한다. (이상 <핀란드 부모교육>(비아북)에서)

 

우리나라에서도 고교학생들에게 쉬는 시간 중 간단한 춤추기를 한 후 학생들의 집중력이 높아진 실험결과가 TV에 방영되기도 했다. 내가 아는 어느 체육교사는 중학교 생활지도부장이 되자 활동성과 공격성이 높은 남학생들을 모아서 아침 수업 시작 전에 간단한 운동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각은 물론 학교 내 폭력사건 등 징계사안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사진 출처; http://media.daum.net/v/20120430024606364

 

 

최근 어느 신문에서(중앙일보 4월 30일자) ‘어릴 때 운동이 평생 체력 결정’이라는 제목으로 초․중학생 방과후 체육활동이 체력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실었다. 체육학 교수, 의사 등의 조언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사에 의하면 특히 사춘기 운동이 뼈와 근육, 키 성장, 심폐기능 등 모든 신체발달에 꼭 필요하며 이는 평생 건강과 체력의 바탕이 된다고 말한다. 사춘기의 운동은 운동강도에 따라 성장호르몬이 평소보다 25배까지 더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운동은 한가지 운동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가지 운동을 적절히 섞어서 다양하게 즐기며 하는 게 좋으며 성장판에 충격을 줄 정도의 과격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운동을 통해 뼈와 근육, 심폐기능 등이 증진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집중력, 유연성이 증가하며 신체 에너지 대사가 활발해져서 쉬 피로하지 않고 회복도 빠르다고 한다.

 

내가 어릴 땐 ‘지-덕-체’의 조화가 무척 강조되었다. ‘체력은 국력’이란 말도 있었다. 모든 어린이가 학교에서 ‘국민체조’라는 것을 배웠다. 체력장 급수가 고교와 대학입시 성적에 포함되었다. 몸이 재빠른 아이들은 단거리 달리기, 매달리기 등에, 나같이 둔한 아이들은 오래달리기와 윗몸 아래로굽히기 같은 부분에 목을 매고 열심히 했다. 여자애들이 두루 취약했던 부분은 멀리뛰기와 던지기였던 것 같다.ㅎㅎ

그래도 나는 책읽기, 음악듣기가 좋아 운동을 잘 하지 않았다. 게다가 사춘기를 지나며 좀 뚱뚱하다고 여겨서 몸을 웅크리다보니 체육시간에 늘 ‘부진아’가 되었고 자세도 구부정해졌다. 결국 12년의 체육시간에서 얻은 건 수치심과 '몸치'라는 좌절감 뿐이었다.

더 큰 문제는 어려서 운동하며 놀지 않았더니 어른 되어 운동을 좀 배워서 즐기려고 해도 안 되고 오십이 넘으니 완전 '저질체력'으로 전락하는 것 같은 점이다. 고작 '걷기운동'에 매달리는 내 모습이 처량하다. 주변을 돌아보면 어려서 신나게 뛰어놀았던 친구들이나 내 여동생들은 나이가 들어도 쌩쌩하다. 아쉽고 억울하다.

 

핀란드와 덴마크 학교들을 탐방하며 보니 초등학교에서 쉬는 시간에 모든 아이들이 날씨불문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논다. 수업시간엔 마냥 얌전하던 아이들이 체육시간이 되자 마치 올림픽 경기를 하듯 격렬하게 게임을 하는 것도 보았고, 발도르프학교에서는 8살~13살 정도 사이의 아이들이 무용시간에 서로 모여 손을 잡고 피아노에 맞춰 동작을 익히고 여럿이 조화를 이루도록 열심히 맞추는 것도 보았다. 또 동네마다 남녀노소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어 있다. 소위 생활스포츠가 잘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전거는 취미나 운동을 넘어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이동수단이다. 아이들은 중학교 졸업때 반드시 치러야할 자격시험이 있는데 그게 바로 '자전거운전면허증'이다.

특이한 것은 아이들이 대학교 입학 전이나 재학중에 잠시 경로에서 '이탈'해서 1~2년 과정의 스포츠학교(체육대학이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다)에 들어가 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사귀며 느긋하게 인생을 계획하기도 하고 나중에 전업, 부업, 봉사활동으로 스포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소양을 기르기도 한다. 체육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는 인상이었다.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니 체육수업을 서둘러 보강할 것이 아니라 학과목 중에 체육시간을 정상화하면 안 될까?

또 운동을 꼭 수업으로,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하기보다 그냥 아이들이 방과후나 토요일, 공휴일에 가족과 또는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모여 놀게 하면 안 될까?  그럴 수 있게 학교운동장, 마을 운동장, 체육관 같은 곳들을 공공시설로 확보하고 쓰기 좋게 잘 관리하는 것이다.

 

앞으로 120세 수명을 바라보는 우리 아이들에게 체육은 다른 어느 과목보다도, 다른 어떤 체험보다도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또한 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더 많은 부분에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철학의 바탕이다.

인간이 머리만 갖고 사는 게 아니고 마음도 머리도 몸이 있고나서 있는 것인데 우리는 마치 아이들에게 몸은 밥 넣어주는 밥통으로만 여기는 것 같다. 몸에 대한 존중,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내가 다시 10대로 돌아간다면

방구석에 처박혀 책만 읽지 않고 뛰어나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

그런 것이 가능하고 그럴 수 있게 가르치고 도와주는 그런 학교,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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