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추억 만들기

샘연구소 2012. 5. 16. 09:10

 

힘있는 자들이 이 계절을 화려하게 사는 동안

힘없는 자들은 모든 계절의 추억을 안고 죽은 듯이 살아간다

 

- 맹문재, <힘>

 

 

얼마 전 동지 학교사회복지사가 페북에 글을 남겼다.

거의 10년 전 학교사회복지사로 개입했던 중학생이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 그 중학생은 할머니와 살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손자를 키우며 사시던 할머니는 학교사회복지사의 결혼을 축하해 축의금도 쥐어주셨단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도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개입하는 어려운 여건의 아이들.

한 10년 후에는 함께 살던 부모님은 근근히 이어가던 일자리는 들쑥날쑥 있다없다 하고, 제 한 몸 돌볼 새 없는 비정규직 노동으로 디스크나 관절염, 위염, 간염, 알콜중독같은 만성질환을 안고 힘겹게 살고 있지 않을까, 그나마 의지하던 한 분의 엄마나 아빠를 오히려 아이가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지금 돌봐주시는 할머니는 치매로, 골절상으로 눕고 할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을까

어찌어찌해서 전문대학이든 대학교이든 진학은 했지만 졸업장은 일자리로 연결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배우라는 학원과 사이버교육, 자격증의 압박 속에서 인스턴트식품으로 연명하며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못하는 청년 알바인생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지금 10대인 가난한 아이들에게 교육복지란 무엇인가.

인생의 나머지 100년을 결정할만한 이 중요한 사춘기에

우리는 무엇을 보여주고 느끼게 하고 향하게 하고 있나.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힘들, 아니, 더 힘들게 될 여건 속에서

이 아이들이 '안고 죽은 듯이' 살아갈

그런 추억들을 만들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나고보면

애틋한 사랑이나 뿌듯한 성공뿐 아니라 고통과 외로움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단, 버티고 살아남았을 때.

 

아이들에게

버틸 힘, 서바이벌survival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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