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공감

샘연구소 2012. 5. 16. 10:17

소통과 공감의 시대이다.

여기저기서 공감을 강조하고 소통과 공감을 위한 기술인 의사소통방법들이 가르쳐지고 있다.

학교사회복지사들에게도 공감은 중요한 실천기술이지기도 하지만 나는 이것 자체가 개입의 목적이라고 본다.

공감은 역지사지(易地思之), 이심전심(以心傳心), 감정이입 등으로도 이해된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느껴보기 등이다. 이것이 없다면 타인을 돕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모든 종교의 옛 성인들도 모두 공감을 중요한 미덕으로 가르쳤다.

논어에는 인(仁) 또는 서(恕)를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慾 勿施於人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마라)이라고 가르쳤다.

중용에서도 시저기이물원 역물시어인(施諸己而不願亦勿施於人 자기 자신에게 베풀어 보아서 원치 아니하는 것은 또한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고 말한다.

한편 기독교 성경의 복음서 중에도 이와 비슷한 말들이 있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마태 7:12, 누가 6:31)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가복음 12:30-31)이다.

 

그런데 이런 공감능력도 제 능력껏, 때로는 아끼고 참으며서 발휘해야 한다. 적절히 조절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사회복지사나 의사, 간호사, 판사, 변호사, 상담사처럼 소위 '휴먼서비스'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나 역시 공감의 능력을 타고난 것 같다.

이론과 기술을 적용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들과 잘 통하고 한 '편'이 되는 것은 이런 타고난 재능 덕인 것 같다. 아이들뿐 아니라 친구나 가족에 대해서도 때로는 '텔레파시'를 공유하는 것처럼 느낄 때도 있다. 같은 곳이 아프고, 생각하면 마주치고 그럴 때도 있다.

사실 재능이라기보다는 자나깨나 그 아이, 그 사람 생각만 하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학교사회복지사 초창기 시절 많이 울었다. 방학이 되면 밥이 안 넘어갔다.

또 개입하던 아이가 졸업하고 얼마 지나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달 동안 우울에 빠졌다.

학교를 떠나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성폭력피해아동지원을 위한 한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가정법원 소년범 상담위원으로 아이들과 가족을 만나면서 아이들의 상황뿐 아니라 주변의 이해못하는 전문가, 정책들에 분노해서 온 몸이 아팠다.

지방을 다니다보면 뻥뻥 뚫린 터널을 지나면서 가슴에 구멍이 뻥뻥 나는 듯이 힘들었고 4대강 개발로 강들이 파헤쳐지면서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최근에 한 친구가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다.

그 친구 역시 공감능력이 뛰어난 친구다.

모든 사람과 마음이 잘 통하고 누구나 따스하고 편안하게 함께 할 수 있으며 꽃, 풀, 새와도 대화하듯 마음을 나누는 보드랍고 예민한 심성을 가진 친구다. 그런데 외국에서 몇 년 지내고 한국에 돌아와 사회문제의 전방에서 그런 신앙고백을 실천하는 첨병의 일을 맡게 되었다. 또 가난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가 정한 기초수급 규모로 가족과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병이 났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다.  

결국 일을 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사실 최근 '일중독사회' 또는 '피로사회'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나라는 한 사람이 여러 사람 몫의 일을 하고 심한 경쟁 속에서 스트레스를 참으며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우울증에 더 많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일 외에도 육아, 가사와 시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은데 이것이 폐경기 호르몬 변화와 겹쳐지면 심각해질 수 있다고 한다. 공황장애는 강박장애와 함께 불안장애의 한 가지로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피로, 화 등을 받아들이거나 해결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고 한다. 우울증이 여성에게 많은 것과 대비되게 남자들이 더 많이 호소하고 있다.

 

 

(이상 그림출처: 한겨레신문 5월15일자 44면)

 

친구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란다.

전과 같이 아름답고 명랑한 목소리로 종달새처럼 삶을, 자연을 노래해주기를 바란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병들게 하고 죽게 하는 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적당히 자신을 제어해야 한다.

가끔은 멈추어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조용히 머물며 자신을 돌아보고

풀과 나무, 물과 바람, 새와 벌레들을 보면서 생명의 '보약'을 섭취해야 한다.

 

 

 

 

 

 

 

 

 

'동향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무함에 맞섬!  (0) 2012.05.19
허무함  (0) 2012.05.18
교육, 잘 하고 있나요?  (0) 2012.05.16
추억 만들기  (0) 2012.05.16
시골마을 교육복지사업  (0) 2012.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