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처음 교육복지사업을 할 때 우려하는 것, 달리 했으면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환영했고 기대했다.
이제 서울과 부산은 10년이 꽉 찼다. 그때 만났던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지금은 대부분 성년이 되어있다. 어떤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어떤 아이들은 취직도 했고 군대에도 갔다.
선생님들과 학교는 여전히 부산하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열심히 한다. 아이들도 덩달하 바쁘다. 전세계에서 제일 바쁘다. 그러나 공부의 효율성은 PISA 공동1위였던 핀란드가 1위, 우리나라는 24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그 속에서 이제 주5일제로 정말 헉헉 달린다. 교육복지사업으로 무슨 프로그램이나 아이들 상담하기조차 시간이 없다.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수십시간 더 길게 책상에 앉아서 공부한다. SKY대학은 여전히 '꿈의 대학'이고 다들 피라미드 꼭대기를 향해서 달려간다. 그러는 가운데 폭력도 많고 자살도 많고 우울증도 많고 ADHD도 자꾸 늘어나기만 한다.
교육복지사업을 하면서 변한 것은 무엇일까?
하고자 했고 보람을 거둔 것은 무엇일까?
하고자 했으나 이루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지 못했으나 좋아진 건 무엇일까?
생각지 못했으나 발생한 부작용(비효과성)과 비효율성은 무엇일까?
몇 가지 생각을 한다.
1.
영국, 프랑스, 미국 등지에서 유사한 사업의 경우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역시 학력향상 효과는 미미하다. 여전히 빈곤계층의 아이들은 학력이 낮고 성인이 되어서 수입도 적은 일에 종사한다. 이 사업이 이런 계층대물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는 것이다.
2.
하지만 학교교육의 '생활지도' 또는 '인성지도' 측면에서는 확실히 많은 보탬이 되었다.
소비자인 아이들이나 부모 입장에서 가난이 해결되지는 않았어도 교육 또는 학업이라는 중요한 발달과업을 잘 치러내고 위기를 넘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어라....
이건 무엇일까?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이 교육복지사업으로 심리정서가 착해지고 문제행동을 덜 하게 되지만 가장 중요한 사회적 자산인 학력은 그다지 높이지 못하고 결국 계속 가난하게 살 것이다.
다만 '착한' 가난한 어른으로.
그게 숨겨진 목적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