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영화 <프리덤 라이터스>

샘연구소 2012. 5. 7. 20:58

일어서라

 

 

흑인임을 잊지마 자긍심을 가져

백인임을 잊지마 자긍심을 가져

남미계임을 잊지마 자긍심을 가져

아시아계임을 잊지마 자긍심을 가져

 

자기 자신이 되기를 두려워마

넌 결국 자기 자신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결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너 자신이 되어봐

 

현실을 직시해

언제나,

무슨 일이 있어도.

 

변호사이든, 의사이든, 축구선수이든,

화장실 청소부이든, 환경미화원이든, 요리사이든,

현실을 직시해

그리고 언제나

최선의 자신이 되어봐

 

자긍심을 가져, 위엄을 가져, 일어서!

자랑스럽게 일어서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자랑스럽게 행동하고,

자랑스럽게 존재해!

 

쓰러지지 말고,

물러서지 말고,

고개 숙이지 말고

도망치지 말고

자신을 팔지 말고

비판에 약해지지 마.

 

현실을 직시해.

당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당신이 누구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야.

그러니 그것을 받아들이든지, 아님 잊어버려.

 

"으흠!"

네가 그것을 얻었음을 알겠다

 

무엇을?

그건 - 자부심,

그런 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

너의 정체성, 네 자아, 네 자부심,

아무 두려움이 없는 마음의 평화 그런 것들. 

 

자, 보시오, 나는 당신이 될 수 없지만 훌륭한 나 자신이다!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

 

 

위의 글은 에린 그루웰 선생님의 실화를 다룬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랜덤하우스코리아)>에 실려 있는 학생작품 중 하나이다. 

한국 번역서에 나온 것을 다시 영어 원문을 참고해서 내가 각색한 것이다. 

나는 <프리덤라이터스>를 인터넷으로 유료다운받아 보았다. 

 

(영화 포스터) (한국어판 책 표지)

 

 

Freedom Writers.

이 제목을 들으면 미국 흑인 인권사에 큰 전기가 되었던 1960년대 Freedom Riders 운동이 떠오른다. 

Freedom Riders.

1960년 백화점의 간이식당에서 흑백분리에 거부한 청년들의 연좌저항이 시발점이 되어 1961년 미 전역으로부터 흑인들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버스여행이 시작되었는데 이 버스캠페인에 붙여진 이름이 Freedom Riders 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마침내 1963년 8월 노예해방 100주년을 기념하여 마르틴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워싱턴 대행진‘으로 이어졌고 20만 명의 시위 군중 앞에서 킹 목사는 그 유명한 연설 <I have a dream>(나에겐 한 가지 꿈이 있습니다)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작년부터 이어지는 각종 희망버스도 이 freedom riders에서 본딴 것이다.

 

아무튼, 다시 Freedom writers 로 돌아가자.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윌슨고등학교에 국어교사로 일하게 된 젊은 백인 여교사 에린 그루웰.(왜 감동스토리엔 맨날 젊고 유능한 백인 교사가 어둡고 거친 유색인 마을에 들어가서 맞서 싸우고 좋은 일 하는 스토리냐고!!!!)

배우 힐러리 스웽크스의 중성적인 독특한 카리스마가 그루웰 선생님 이미지를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그루웰 선생님은 어느 누구도 가까이 가기조차 어려운 말썽장이 학생들과 사사건건 부딪치며 그들의 공격성 속에 숨어있는 절망감과 좌절을 직시한다. 아이들은 하루하루 삶과 죽음이 엇갈리는 전쟁터같은 나날 속에서 가족과 친구를 잃으며 버텨온 흑인, 동양계, 라틴계 등 다양한 배경의 유색인들이다.

 

 

 

또한 일찌감치 그런 아이들을 포기하고 문제시하는 교장과 교육청 장학사들, 다른 동료 교사들과 싸워야 했다. 그들은 무조건 ‘그 아이들은 안 돼요’라는 말로 그루웰을 막는다.

 

 

 

마침내는 일중독자처럼 자나깨나 아이들 생각만 하고, 아이들을 위해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모아 아이들을 위해 쓰는 조금 정신이 돌아버린 아내를 남편은 떠나기로 한다. 상심한 그루웰은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뒤에는 훌륭한 아버지가 잠깐 등장한다. 나는 사실 그 아버지에게 관심이 갔다.

 

 

 

 

그녀는 이빨을 드러내고 서로 물어뜯고 있지만 사실은 두려움과 겁에 질린 동물들 같은 아이들을 멈추어 서서 서로서로 진정한 눈으로 마주보게 한다. 그들은 똑같은 피해자이고 똑같이 평화와 희망을 원하는 따스한 가슴을 가진 아이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매일 매일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쓰게 하는데 그 글들은 선생님인 그루웰을 변하게 하고 굳건하게 함과 동시에 아이들 마음 속에도 서서히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라인게임’의 장면은 아무리 다시 보아도 가슴이 찡하다.(요령 첨부; pdf 파일 다운받아서 보세요)

 

 

line game freedomwriters.PDF

 

 

아이들은 나치수용소에서의 유태인생존자를 초대해서 특강을 듣기로 한다.

그들 자신이 수용소와 같은 암담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일종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점점 성숙해지고 당당해진다.

아이들을 시간과 공간 속에서 온전히 이해하고 아이들의 잠재적 능력과 억눌린 기대와 희망, 사랑, 우정을 조심스레 다시 꺼내서 햇빛을 보게 해 준 한 교사의 끈질긴 투쟁이 결국 아이들에게서 악마의 가면을 벗어던지게 했다. 

일단 신뢰와 자유, 사랑을 누린 아이들은 다시는 빼앗기지 않으리라.

 

 

 

 

우리나라보다 훨씬 불평등이 심하고 갈등의 골이 깊어서 학생들의 좌절과 폭력도 심한 미국의 경우이지만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교사나 학교사회복지사들이 보면 누구나 나처럼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는다.

결국 선생님 개인의 헌신과 교사들의 자발적 공감과 참여를 호소하는 민간운동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것을 좀더 정책적 차원으로 키우지 못한 것은 미합중국이라는 거대한 이민국가로서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하면 아주 작은, 다문화시대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미국만큼 불평등이나 차이가 크지 않은 나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와 같은 운동이 국가나 지방의 정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사회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은 이와 같은 교육운동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중시 또는 거시적 '환경체계'인 사회와 교육을 바꾸는 일과 연결되어질 때 가능하다.

 

Freedom Riders 운동이 마르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로, 그리고 흑인인권에 한 발짝 전진하는 계기로 이어졌던 것처럼

한국에서의 Freedom Writers 운동도 교사나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상담사 한명 한명의 헌신, 아이들의 감동적인 미담사례들로 머물지 않고 강물처럼 바람처럼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루웰 선생님의 뜻을 잇는 사업을 안내하는 웹 페이지.

http://www.freedomwriters.com/?&t__nil_story=homepage

 

(오른쪽 박스 안의 모습이 실제 그루웰 선생님이다)

  

*이상 영화 속 장면은 네이버 영화나 위 프리덤라이터스 영문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은 것입니다.

 

line game freedomwriters.PDF
0.13MB

'책과 영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詩)  (0) 2012.05.21
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0) 2012.05.17
꿈을 주는 애니메이션  (0) 2012.04.20
말하는 건축가  (0) 2012.04.15
영화 <슬리퍼스>  (0) 2012.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