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좋은 부모 2

샘연구소 2012. 5. 21. 20:32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의사소통' 보다도 부모자신이 훌륭한 인격자, 삶으로 모범을 보이는 '인생선배', '모델링 케이스'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기위해서 의사소통 교육이 정말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맨날 블로그 글을 하루 단위로 뒤집어서 부끄럽지만 현실이 그렇게 양면적이다. 아뭏든.. 오늘은 그렇다.)

 

1.

어떤 분은 60세 되신 남편이 문 닫은 가게들을 보면 '배가 불렀군.' 하셨단다. 자영업을 하시면서 하루, 한 시간이 아까웠던 그분은 문닫은 가게 업주들이 이해하기 힘드셨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하는 아들이 차를 타고 길을 지나가다가 문닫은 가게를 보면서 '배가 불렀군.'하고 제 아버지와 똑같은 말을 하더란다. 

 

이처럼 아이들은 부모의 말투를 가장 닮는다.

부모는 아이에게 들으라고 한 소리도 아닌데, 아이들은 안 듣는 것 같은데도 아이들 기억 속에 저장된다. 말투, 말 속에 숨은 생각과 판단기준, 가치관까지 그대로 전달되어 아이들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세상을 보는 눈이 형성된다.

 

 

2.

어떤 여학생은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당하고 따돌림을 당했다.

중학교시절 따돌림은 여학생에게 가장 괴로운 일이다. 아이는 속으로 끙끙 앓다가 털어놓았다. 그런데 그 털어놓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아이는 몇 시간 대화 중에 모든 일에 자기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지 못했다.

이상해서 가족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해도 정작 자기의 모습은 그려넣지 못했다.

계속 얘기해보니 부모님이나 오빠가 집에서 툭하면 '못 난 것이...', '니가 뭘 알아?', '또 그렇지..'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러면서 자기는 아는 것도 없고,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다는 판단이 내면화되어버려서 자기주장을 못하게 된 것이었다.

 

시작은 왕따문제였지만 해결은 부모상담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학급프로그램을 통해서 친구가 무엇인지, 한 학급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함께 나누도록 했다.

그러면서 그 학생의 자기개념을 찾아가도록 편안한 관계 속에서 친구와 어울릴 수 있는 숲속 체험 캠프도 참가시키고,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하게 하고 칭찬해주고, 학교사회복지실에 찾아오는 자원봉사자, 실습생들과 '지지적'인 성인과의 대화를 체험하게 하면서 살살 자기 속의 웅크린 참자기를 끄집어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처럼 가정에서 알게모르게 언어폭력, 정서적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는 자기자신에 대한 존중감, 자신감 등이 아주 낮다. 자신이 없고 위축되어 있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고 반대로 속에 쌓인 분노나 억눌린 욕구를 공격적 언행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3.

어떤 부모들은 아직 부모가 되는 준비가 덜 되었는데 어찌어찌하다보니 남편이 되고 아내가 되고 부모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아이는 두렵고 짐스런 존재가 된다. 그런 부모에게는 자녀와 진정한 부모-자식 관계로 회복, 치유시켜주는 경험도 필요하다.

그러면서 회복된 아이에 대한 사랑과 기대를 결국 언어적, 비언어적 방법으로 아이와 소통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일하다보면 점점 더 가족치료 또는 가족상담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하지만 막상 이런 일을 믿고 맡길만한 기관이나 전문가는 드물다. 또 부모들도 강제하는 곳이 없으니 그냥 그대로 살아간다.

그래도 희망은 학교다. 학교에서 아이를 위해 부모에게 권하면 그나마 통하는 것이다.

이럴 때 몇몇 가족이 함께 하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하는 학교도서관에서의 밤샘캠프', 하루 여행이나 1박2일의 여행 같은 것도 의사소통을 배우고 연습하고 관계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집단'의 역동을 이용하는 것이다.

 

 

4.

요즘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말하는 것을 듣다보면 욕 반, 알맹이 있는 말 반이다.

어떤 아이들은 선생님은 물론 자기 부모까지도 입에 담지 못할 욕으로 부른다.

그런 아이들은 끼리끼리 몰려다니면서 그런 말투나 삐딱한 행동이 자기들끼리의 소속감과 단결을 확인하는 매체가 되기도 한다.

 

어느 학교에서는 '고운 말 쓰기 운동'을 벌였다. 아이들이 무심코 쓰는 욕의 어원을 따져가면서 가르쳤다. 거친 표현 대신에 할 수 있는 좋은 말들을 많이 가르쳤다. 또 좀 불편해도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경어를 쓰도록 했다. 그러고나서 학교에 문제행동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중학생 쯤 되면 부모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또래간 영향력이 점점 늘어난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그런 지도가 더 필요해진다.

 

 

 

말은 사람의 얼굴이라고도 하고 마음의 창이라고도 한다.

말이 통해야 무얼 하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간에, 어려서부터 고운 말, 바른 말, 아름다운 말로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어야겠다.

 

 

 

한국청소년상담원(http://www.kyci.or.kr)의 부모교육 프로그램 안내 중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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