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사례관리에 딴지걸기

샘연구소 2012. 5. 24. 16:42

지역단위 지전가들의 모임에서 몇몇 학교의 개입사례를 놓고 발표하고 함께 논의하거나 수퍼비전을 나누곤 한다.

 

 

그런데 며칠 전 어느 지역교육(지원)청 사례 수퍼비전 모임에서 사례관리 보고서를 읽으면서 갑자기 좀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교육복지사업에서의 사례관리는 병원에서의 사례관리, 요양시설에서의 사례관리, 위스타트에서의 사례관리, 위센터에서의 상담사례관리.. 등과 어떻게 달라야할까? 우리 대상은 만성질환자나 장애인이 아닌데... 우리는 상담전문가가 아닌데...

 

몇 가지 떠오른 것을 일단 띄워보면 이렇다.

 

1. 내가 사회복지를 배울 때 개입대상인 클라이언트는 개인, 집단, 지역사회 모두가 될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왜 상담사업도 아닌 교육복지사업에서 사례는 늘 학생 개인만을 다루는 것일까?

 

2. 교육복지사업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자녀들의 교육권 보장과 복지 증진을 위해 학생뿐 아니라 가족, 교사, 또래, 지역사회 등 모두가 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환경체계에 개입하지 않고 프로그램과 상담만 다루는 것일까?

 

3. 자원연계가 중요하다고 하니 이 기관, 저 전문가가 사례관리보고서에 쓰여있다. 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무얼 했을까? 아이에게 가장 가깝고 중요한 담임교사와 부모는 무얼 했을까? 아니, 아이 자신은 무슨 노력을 했을까?

 

그래서 솔직히 털어놓고 교육복지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도 공감해주었다.

 

 

교육복지는 학교상담사업과 다른 강점이 있다.

아이만 붙잡고 상담해서 아이의 문제행동을 개선, 치료하려는 사업이 아니다.

‘자원연계’한다고 병원, 위센터, 상담센터들 전화하고 아이를 여기도 보내보고 저기도 보내보고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방과후학교사업과도 다른 특징이 있다. 

모든 핵심은 학생 자신의 최대의 행복과 교육적 성취에 있으나 개입방법은 교사, 상담사, 또는 방과후활동, 지역아동센터들과 달라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요체들은 이렇다.

 

 

첫째, 학생 당사자의 인권 존중이다.

 

아이를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치료해서 다시 학교사회에 적응시켜야 하는 존재로 보는 관점을 잠시 내려두고, 아이 당사자에게 집중해보자.

교사가, 교육복지사(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상담전문가가, 임상심리사가 말하는 아이의 문제, 상처, 증상들 말고, 아이 자신이 말하는 아이의 불편함, 개선에의 희망과 의지, 소위 ‘문제행동’을 하지 않을 때의 생활, 문제가 없었던 시절이나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장소에 대한 정보들을 당사자의 말을 경청함으로써 수집하고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쉽게 말해 공동체적인 해결방법이다. 생태체계적, 통합적, 전인적 개입이기도 하다.

 

감기치료도 그렇지만 특히 학습, 문화, 정서심리 같은 문제들은 아이 혼자만 붙잡고 씨름해서 풀리지 않을 때가 많다. 더욱이 그 아이가 오랫동안 사회문화적으로 외롭고 가난하게 지내왔을 경우에 더더욱이 그렇다. 소위 치료약보다 보약, 아니, 밥이 더 필요한 경우들이 있는 것이다  아이만 보지 말고 학급, 학교, 교사들, 가족, 지역사회도 함께 적극 관여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사례관리에 대한 모임에 초대를 받는다면, 이런 사례개입 보고서를 만나고 싶다.

 

- 평화적인 갈등해결방법을 익히기 위한 2학년 8개 학급 전체 학급프로그램 개입 사례(왕따로 자살기도 학생이 있는 경우)

- 존중과 사랑, 평화의 의사소통을 솔선수범하기 위한 교사 역량증진 사례 

- 싱글맘, 싱글대디의 양육력 증진을 위한 월요통신문 사업 사례

- 지역사회 네트워크 역량 강화를 위한 개입 사례

 

더 나아가 좀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소위 ‘치료’나 ‘치유’의 관점에서 보면 불가능한 일들도 많다. 빨래를 아무리 해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있을 때 그 옷을 버릴 수는 있지만 그것이 내 가족이고 친구이고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는 주변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며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 더 이상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환경을 더 안전하고 공평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셋째로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위치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자원연계'한다고 할 때 나는 되묻고 싶다. 정확하게 '어느 기관', '어느 사람'이 '무얼' 해주었다고. 뭉뚱그려 '00복지관과 연계해서..'라고 하지 말고. 무엇보다 자원을 연계하든 안 하든 아이에게 가장 가깝고 중요한 사람, 지역사회교육전문가 또는 담임교사나 전문상담사가 '주 사례관리자'가 되어서 전반적인 사항을 늘 관찰하고 조정하며 아이의 반응을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그냥 기록만 하는 역할로는 부족하다. 그러려면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아이를 자주 만나고, 오래 자세히 보아야 한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처럼 말이다. 그래야 아이에 대한 기대와 희망, 애정이 생길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개입 목표'가 되는 것이다. 그걸 아이와 공유하고 함께 파트너가 되어 다른 사람도 끌어들이고 여러 경험(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문가에게 상담받아보기, 캠프에 참여하기...)을 짜깁기 해가면서 '변화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자원연계'가 아니라 아이 곁에서 함께 하며 아이편이 되어주고 오래 떠나지 않는 기둥이 되어주는 것이다.

 

 

 

사실 내 생각들이 너무 뜬금없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그럼, 교육복지사업 사례관리에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하는 일은 다 사례case입니까?"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

그리고 다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accountabiliity.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입으로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좋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하고, 잘잘못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매순간 '아이의 최대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준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다만 이것은 사업시작한 지 최소 2년은 지난 후에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초년에는 학교조직에 안착하고 관계 수립하는 게 우선!)

 

교육복지사업이 학교상담, 방과후학교와 다른 강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존재이유를 잃게 될 것이고, 전문성이나 유용성에서 상담가나 방과후 지도사보다 명쾌한 장점을 보이지 못하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교육복지사는 퇴출당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울러 바쁘고 힘든 중에도 제대로 된 사례관리를 하느라 마음 쓰고 힘 쓰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 격려를 보낸다.

 

 

 

저 아래 남쪽부터 모내기가 올라온다.

논에 찰랑대는 물처럼 농부들의 가슴도 설렌다.

농부의 마음으로 성실히, 참고 기다리며, 넘어져도 극복하며 나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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