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국가란 무엇인가?

샘연구소 2011. 3. 20. 15:54

시사IN 182호(2011. 3. 12)의 커버스토리로 박명림교수와 유시민씨의 토론, 이종태기자의 글들이 실렸다.

 

국가란 무엇인가?

 

내가 어렸을 적 국가는 흔히 대통령이나 정부와 동일시되었다. 나는 '국민교육헌장'과 '국기에대한맹세'를 암송하고 내면화하면서 자랐다. 국가에 대한 충성은 곧 대통령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말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풍요롭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랑이 넘치는 우리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하리라고 다짐했다.

그런데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내가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충정을 바쳐야할 국가가 모호해졌다. 유난히 나나 이웃들의 삶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국가'와 '국민'을 많이 말했다. 그분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가난한 동네 사람들은 국가에 폐를 끼치고 있고 국민으로서의 자격이 미달인 듯 여기게 되었다. ???...

교사를 하면서 그 '국가'의 지침과 나의 교사로서의 윤리나 판단이 충돌하기도 했다. 국가는 헌법에 의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기본법은 '배워서 남주자'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표방하지만 법을 만들고 집행할 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국가가 보장하는 권리를 스스로 포기, 거부하고 기꺼이 사교육과 특목고, 조기유학, 이민을 더 많이 선택했다. 국가는 어디까지인가?

니제 사회복지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국가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국가는 정부보다는 더 포괄적이고 복잡한 의미이다. 어쨌든 자본의 논리에 따라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이윤추구를 보장한다는 시장주의와 그것을 제한하면서 '정의' 또는 '평등'을 추구하려는 정부 또는 국가의 역할들 대립적으로 배워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질병, 장애, 고령, 소득원의 사망 등으로 시장에서 탈락할 위기에 있는 가족을 사회에 통합하기 위한 기제로 자선이나 종교기관에 의한 빈곤구제가 아닌 국가에 의한 사회복지가 실시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단편적인 사회복지 정책이나 분야별 복지 프로그램이 아닌 전 국가적인 시스템을 구성함으로써 보다 공평하고 민주적인 복지국가형태가 개발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부러워하는 '국가'들은 대개 북서유럽의 복지국가들이다. 북유럽 나라들은 세금이 거의 40%를 넘는데도 국민들이 당연히 여기고 기꺼이 낸다. 그들 나라의 국민소득이 1만불, 2만불일 때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복지재정을 사용했고 그때문에 성장이 후퇴하기는 커녕 더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평균에도 못미치는 취약한 복지재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강력한 복지국가는 어떻게 가능할까? 국가가 이처럼 개인의 소득과 재산에 관여하는 것, 삶의 여러 부분들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다.

 

스웨덴의 사회학자 라르스 트레가르드는 "개인이나 시민사회의 견제되지 않은 권력이 공식적이고 정치적으로 통제가능한 국가권력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시사IN 182호 31쪽,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9706) 특히 사회복지의 측면에서는 특정개인에게 도움을 받는 것보다 비인격적인 공공기관인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는 것이 수혜자에게는 더 '인간적'이며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국가주의적 개인주의(statist individualism)'에 귀가 솔깃해진다.

 

요즘 우니라나 정치권에서 복지국가 논쟁이 뜨겁다. 아마도 2012년 대선에는 누구랄 것 없이 복지국가에 대한 이상과 정책들을 화려하게 제시할 것이다. 정당에 따라, 또 사람들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사회복지의 가장 밑바탕이 될 국가 공동체에 대한 탐색과 합의과정이 생략된 채 사회복지 = 세금낭비처럼 재정문제로 치닫는 것 같다. 복지국가에서 소득이나 재산에 따라 세금을 높이는 것은 기본이라고 본다. 당연히 많은 저항이 있겠지만 꿋꿋하게 해결해나가야 한다.

 

복지국가에서 교육복지는,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30년 전 내 생각은 지금까지의 교복투같은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때 그런 생각은 몹시 '불온'한 것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정부가 스스로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을 추진했고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5년 전쯤부터는 역시 이것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교육복지사업의 많은 성과와 보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불평등구조를 해결하지 않은 교육복지 '사업'으로는 실적만 남고 교육불평등은 그대로 남을 것이다. 교사나 사회복지사들이 아무리 일해도 가난해서 공부 못하고 사고치는 아이들은 계속 있거나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복지사업의 초창기에 내걸었던 슬로건인 '가난의 대물림을 교육으로 끊'으려면 교육복지사업이 아닌 더 큰 구조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즉, 복지국가의 틀 중에 중요한 부분으로 교육을 혁신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부분적으로 꼼지락거리고 있는 일이지만, 길고 지난한, 그래서 나쯤은 모른 척하고 싶은 전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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