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은둔형 외톨이와 놀자

샘연구소 2012. 10. 21. 00:10

예전엔 '무단결석', '땡땡이'라고 했다.

이건 뭔가 학교 안 오는 대신에 어디 밖에서 재미보고 있다는 암시를 준다. 그래도 에너지가 있다.

 

그런데 요새는 '등교거부'가 많아진다.

이건 딱히 재미볼 일도 안하면서 그냥 학교에 안 오는 아이들, 그냥 집에서 뒹굴거나 거리에서 빈둥댄다는 암시를 준다. 

 

그런데

무단결석, 등교거부할 뿐 아니라 가출거부(집에서 나가기를 거부하는 아이), 방출거부(자기 방에서 안 나오는 아이)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다.

학교생활이 재미없고, 알아주지도 않고, 따돌림하고, 힘들고, 지치니 그냥 자기 집, 자기 방 안으로 마치 달팽이가 숨듯이, 거북이가 껍질 속에 웅크리듯이 숨어드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2005년 청소년위원회에서 이런 위험군인 고교생을 전체의 2.3%인 43,000명으로 어림잡았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 중에도 있다.

일본에선 몇 년 전 이지메가 극성이더니 그건 잠잠해지고 대신 등교거부와 히키코모리가 심각하단다.

최근에는 이런 청소년 히키코모리가 60만명을 웃돈다고 한다.

 

당사자도 힘들겠지만 표현을 안 하니 가족이 제일 힘들어한다. 아무리 말해도 안 되고 말도 안 하고 얼굴도 안 내비치고...

학교야 뭐 안 오면 유예시키거나 휴학, 자퇴한 걸로 치면 되니까.. 일일이 쫓아다닐 수 없다고 한다.

이 아이들을 어쩔 것인가. 어떻게 도울 것인가.

 

한때 스스로 이런 은둔형외톨이었던 청년을 포함한 젊은이들이 음악으로 이런 아이들과 소통하고자 뭉쳤다.

'유유자적살롱', 줄여서 '유자살롱'이다. (http://www.yoojasalon.net/)

오래 전에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다.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를 근거지로 해서 프로, 아마추어인 음악애호가들이 뭉쳐서 학교를 그만두고 계속 집에만 있는 친구들과 음악활동을 하며 같이 노는 일을 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마음의 병은 자고로 놀아야 낫습니다.
유자의 멘토들이 청소년들과 이런저런 악기도 치고 노래도 부르며 같이 놉니다.
'집밖에서 유유자적' 이라고 부르는 프로그램 입니다.

 

참 좋다.

 

아이들이 등교거부하고 방출거부하기 전에 놀 자유를 박탈하지 말자!

 

EBS 다큐프라임에서 '놀이'라는 제목으로 다룬 적이 있다.

(http://ebs.daum.net/docuprime/episode/7138)

제1부 놀이, 아이의 본능  방송2012.06.25

제2부 아빠놀이, 엄마놀이  방송2012.06.26

제3부 놀이에 대한 생각을 바꾸다  방송2012.06.27

 

 

피아제는 아이의 인지발달단계별로 놀이를 설명했다.

 

놀이는 아이의 정서, 사회성, 인지능력을 골고루 발달시켜준다.

신체능력은 왜 빠뜨렸지?

 

아빠들이 놀아줘야 한다. 그런데 안 놀아주고 못 놀아준다.

(이상 위 다큐프라임 영상 갈무리)

 

오윤 작, <범놀이>, 출처 <한겨레21>

 

놀이는 어떤 심리치료프로그램보다 부작용이 적고 뒷심이 있다.

본능. 자발성. 유연성.

구조화된, 어른이 이끄는 놀이는 좀 재미없다.

아이들이 심심해야 한다. 불편해야 더 재미있고 창의적이다. 좀 위험해도 좋다. 흐흐...

가족과 편하게 놀면 좋다. 아빠랑 씨름도 하고 엄마랑 요리도 하고 ...

학교에서도 무슨 집단치료 프로그램, 집단활동도 좋지만 아이들끼리 하는 문,예,체 동아리, 스스로 개발하면서 노는 놀이면 더 좋겠다.

 

유자살롱의 밴드놀이도 그런 하나이다.

아이들이 노는데 어른들이 아이들 지켜주고 같이 추임새 넣어주고 가끔 어울려서 더 신명나게 논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런 게 있으면 좀 교실이 답답하고 외롭고 두렵고 재미없는 아이들에게 조금씩 숨을 터주고, 학교분위기와 또래관계도 좀 인간적이고 생명감 있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