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점령한 학원버스 - 충청투데이
내 아이들은 선행학습은 물론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잠시 '배신'을 했다.
큰 애가 중학교 입학 한 뒤 내 소심증 탓에 학원 1주일 보냈다가 도로 데리고 온 것,
난 아이가 집에 돌아오기도 전에 잠에 빠지기도 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학원측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걱정하고 말렸다. 그러다 안 되니 겁을 주고 협박했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교사들은 왜 학원도 안 보내고 과외도 안 시키고 야자까지 거부하냐고 했다.
성적 떨어지면 그때 보자고 공갈 협박 비슷한 것을 하는 교사도 있었다. 난 성적 떨어져도 괜찮다고 했다.
한때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러다가 너희들이 자라서 엄마한테 섭섭해하고 '우리 왜 공부 안 시켰어?' 할까봐 걱정된다"고.
아이들이 말했다. "엄마도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애?!" 깨갱...
큰 애는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고 무시하고 성적으로 평가하는 학교가 싫다고
대안학교를 선택했다.
사람들이 나더러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셨어요? 참 용감하시네요.' 한다.
난 용감하지 않다.
난 참 겁쟁이다.
오히려 겁쟁이라서 가능했다.
어떻게 어른도 2시간 강의를 앉아서 듣기 힘든데
아이들에게 종일 책상에 붙어있게 하고 밤 10시까지 학원에 붙잡아 두는지
나는 그럴 용기가 없어서
데리고 왔다.
아이들이 매시간, 날마다 자기와 친구들의 인간성과 인격을 무시당하는데도
참고 순응하면서 반딜반질해지고 꼬부라지게 두고 참을만큼 용기가 없어서
교사들과 맞서기도 하고 대안학교도 선택했다.
난 참 겁쟁이다.
사람들은 참 겁도 없다.
어떻게 저렇게 제 자식을 ...
어느 밤, 유명학원 근방을 지나가니 버스, 봉고차, 자가용 난리도 아니다.
용감한 부모들... 겁도 없는 어른들...
그들은 제 자식보다도 생명과 사랑보다도
미래의 안정을, 자신의 지위를, 돈을, 불안을 더 중요하고 두렵게 생각하나보다.
난 용감하지 않다.
다만,
내 아이들의 평가가
사랑과 질책이 제일 중요할 뿐이다.
그 아이들의 맑은 눈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