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묻지마 범죄가 보도된다.
우울증과 사회부적응, 좌절, 사회에 대한 반감이 그렇게 몰고 간다고 배운 분들의 해석이 따라온다.
대개는 하나같이 가난하고 척박하다.
만일 내가 그런 상황에서 우울하지 않다면 나는 미친 거다.
우울은 인간이기에, 존엄성을 아는 인간이기에, 자유와 소통, 사랑을 통해
내 안의 더운 피를 확인하고 싶은 존재이기에 느끼는 소중한 능력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우울증 치료를 권한다. 그래서 삶을 연장시키라고? 덜 우울하게 지내라고.
삶은 도저히 해피할 수 없는데 불행해하지 말라고 한다.
대개 이들의 과거는 현재보다 불행하다.
나는 기사들을 보며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쓸까말까 했지만 차마 쓰지 못했다.
그래서, 네가 한 게 뭐 있는데? 라는 질문이 뒤이어 따라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계속 만나지도 않은 그 흉악범들의 얼굴이 눈빛이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바빠서 외면하는, 가난해서 방치하는, 삶에 찌들다보니 내 자식이라도, 내 제자라도 귀찮아하는 걸 감추지 못하는,
가난한 집 아이라고 따돌리고 거칠고 공부 못 한다고 따돌린 그 아이들의 눈빛과 겹쳐지는 건 지나친 연결일까.
세상이 너무 어지럽다.
사랑이 필요한데...
어렵고 복잡하거나 비싸고 화려한 '힐링', '치유', '치료', '상담'... 그런 거 말고 그냥 사랑.
그런 거 좀 더 없을까
미안하다.
내가 좀더 사랑하지 못해서.
우리 모두는 사랑받고 싶은데... 사랑을 주면 사랑이 되돌아오는데.
얘들아,
미안하다.
말하자면 이들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망가진 엔진을 달고 다니는 자동차와 같아. 그렇게 파괴된 뇌로는 충동에 대한 조절을 도저히 할 수가 없어.(192)
학대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어요. 신체적 학대, 즉 폭력이 그 대표적이고, 성적 학대, 감정적 학대, 그리고 ... 방치... 방치가 있죠. 말하자면 배고플 때 밥을 안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할 때 갈아주지 않고, 안아주어야 할 때 전혀 신체적 접촉을 해주지 않는 ... 그리고 감정적인 학대. 말하자면 싸늘하게 대하는 거, 사랑을 주지 않는 거... 다 학대예요. (103)
- 공지영 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