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영화 the secret

샘연구소 2012. 12. 7. 16:34

 

 

 

 

 

 

원제: the secret

감독:벵상 페레

출연:데이비드 듀코브니, 릴리 테일러, 올리비아 썰비

 

여러 해 전에 개봉했던 영화이다.

프랑스 감독과 미국, 캐나다 배우들, 제작진이 함께 만든 영화라고 한다.

 

주제는 '빙의'.

우리나라 영화중에도 '번지점프를 하다' 등 최근 '빙의'는 심심찮게 영화 주제가 되었다.

 

시작은 시큰둥했다. 안 볼까 했다.

그러다가 끝까지 보게 되었다.

 

엄마가 모르는 사춘기 딸의 마음, 딸의 세계.

딸이 모르는 엄마의 세계, 엄마의 마음,

남자가 모르는 아내, 딸의 세계

삼각관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 한국사람에겐 보기 민망할 정도로 다 큰 딸을 두고도 사랑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부.

그리고 사춘기를 맞아 엉덩이에 뿔이난 톰보이 같은 딸.

아빠는 그저 좋은 말만 하고 거의 방관.

엄마는 딸에게 다가가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가시돋친 반응.

 

그런데 어느날 엄마가 운전하던 차에서 딸과 실랑이하다가 사고가 나고 둘이 중환자실에 눕는다.

엄마가 살고 딸이 죽나 했던 순간, 거꾸로 엄마는 죽고 딸이 살아난다.

그런데 몸은 딸이나 영혼은 엄마인 괴물이 살아난 것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남편이자 아빠는 일단 믿지 않는다. 그리고 주변을 의식해서 아무일도 없는 척 행동하자고 한다.

그러나 딸의 몸에 든 엄마의 영혼은 혼란스럽다. 그런 남편이 이해되지 않는다.

 

결국 엄마의 영혼은 몸 대로 딸을 연기하기로 한다.

남편은 여전히 외모가 딸인 아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자 괴로워한다.

그러면서 발견한 딸의 세계는 엄마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남편은 뒤늦게 딸 속의 아내를 받아들이면서

딸이 된 아내가 자기를 떠나 다른 남자를 사귈까봐 노심초사한다.

딸의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방해도 한다. 못난 아빠...

영화에서 아이들이 반응하듯이 아빠의 그런 행동이 좀 '재수없'기는 나도 동감이지만

사실 그냥 보면 딸이 타락하지 않게 간섭하는 훌륭한 아빠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딸이어서가 아니라 '아내'여서, '내 여자'여서 그랬던 것이었다.

딸일 때 진작 그럴 것이지...

 

우리도 그럴 것이다.

요즘 아이들,....

안다고 하지만 과연?

알고자도 하지 않는 어른들...

 

이 식구들은 아마 잘 살던 도시에서 좀 시골마을로 온 마양이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아마는 치과의사인데 일자리를 찾아서? ..

아무튼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전학한 딸의 입장을 보자.

 

친구도 바뀌고 학교도 바뀌었다.

아이들은 전처럼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생을 오히려 조롱한다.

삐딱하고 놀고 인기좋은, 가끔 은근히 위험한 일을 하는 아이가 최고다.

전처럼 공부를 하려고 하면, 모범생처럼 굴려고 하면 더욱 더 학교에서 왕따가 된다.

그러다 어울린 친구들은 섹스, 마약까지 서슴지 않는 친구들이다.

 

엄마 아빠는 자기들끼리 사랑한다고 난리고,

아빠는 잔소리 안 하지만 무관심이고 엄마는 관여하는 척하지만 말하면 충격, 까무러질 테니..

말해봤자이니 그냥 혼자 삼키고 마는 외로운 딸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딸의 고독과 좌절감이 분노와 공격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는 여기처럼 부부관계가 자녀-부모 관계보다 우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과 어른들 간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부모든 교사이든.

심지어 상담사나 학교사회복지사도 아이들을 그대로 보고 인정하고 이해하기 보다

설득하고 교화하려는 쪽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십상이다.

아이들을 만날 때 내 생각을 비우고 만날 수 있을까?

일단, 그 아이의 입장이 되어서 아이의 생각, 아이의 느낌을 나도 가져볼 수 있을까?

판단은 그 다음에 해도 될 텐데.

 

또 하나는 이사라는 문제이다.

한동안 우리나라도 이사가 잦았다. 요즘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전세값이 계속 오르니 집 없는 사람들은 계속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고 점점 더 작은 집으로, 땅 밑이나 하늘 위로 이사다니게 된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이사란 어떤 것인가?

돌아다니는 길, 놀이터, 만나는 어른들, 친구... 모든 것이 바뀌는 거대한 변화이다.

심지어 갓난 아이라도 냄새와 소리가 달라짐을 알고 이사하면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한다.

내 친구의 아이는 5-6살이었는데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한 뒤 한동안 자폐증상을 보였다.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

몇 년을 치료하고 나서야 회복이 되었다. 그동안의 고생은 말할 수 없다.

어른들은 이사를 할 때 아이에게 묻거나 의논하지 않는다.

이건 무시고 폭력이다.

 

'시크릿'

어울리지 않게 제목이 야하다.

하기야 딸의 몸에 빙의한 아내, 아니 실제로는 어린 딸같은 여자와 밀애를 꿈꾸는 남자들의 환타지를 빗댄 점도 있겠지...

나는 다른 것을 보고 생각했다.

못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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