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자유학기제

샘연구소 2013. 2. 28. 10:45

박근혜 대통령이 '자유학기제'라는 정책을 약속했다.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도 찬성했다고 한다.

아마 지금쯤 대통령 측근의 교과위 전문위원들과 서울시 교육청 브레인들은 중학교 자유학기제에 대해서 열심히 연구하고 계시지 않을까 싶다.

 

중학교 자유학기제란?

스웨덴이나 아일랜드 등 북유럽의 나라들에서 오래 전 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시행해온 프로그램인데 주로 직업체험을 주로 한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는 고등학교 입학 전, 즉, 중학교 마지막 학년인 8~9 학년 때 시행된다. 이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사회과학, 경영, 공업을 비롯한 17개 진로로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미리 어느 분야를 선택할 지 알아보고 결정할 시간과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 중 13개 분야는 15주 동안 학교 밖 직업 현장에서 실습(현장 훈련)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조금 다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진학하기 전에 1년의 기간을 학생에게 자유로 준다. 즉, 곧바로 고교에 진학할 수도 있고 그 1년을 활용해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지낼 수도 있다. 이 제도는 1974년에 도입되었는데 초창기에는 그리 호응이 없었지만 1994년부터는 정부의 본격적인 재정지원이 시작되면서 참가율이 급증해서 현재는 79~80%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일종의 대안학교에서 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에 참여하거나 직장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하고 여행을 가기도 한다.

 

내가 방문했던 덴마크에서도 아일랜드와 비슷한 '자유학년제'가 운영되고 있었다. 호젓한 대안학교에서 자유학년을 보내는 아이들을 만났다. 내가 아는 '간디학교' 같은 우리나라 대안학교의 분위기와 닮았다. 아이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교사, 친구들과 고민과 꿈, 하루하루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있었다. 9년간의 교육과정에서 해방되어 진정한 '성인'으로의 준비를 다지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이제부터는 교사가, 부모가 이끌어주는 길을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찾아보고 선택해서 가야한다는 의미를 뼛속깊이 체험하게 될 것이다. 어찌보면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제도 속에 녹아난 '성인식'이 아닐까 싶었다.

 

한국은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의미, 졸업 후 경제생활과 노동, 초중고의 교육제도 등이 북유럽과 판이하게 달라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섣불리 좋은 제도이니 본딴다고 해서 이식했다가는 내 몸에 맞지 않는 장기를 이식한 환자처럼 더 앓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뱃속부터 태교로 시작해서 초, 중 9년간 시달린 아이들에게 한 번 숨을 돌리며서 충분히 자기를 회복할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은 꿈처럼 좋은 일일 것이다. 내 큰 아이가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1~2년 실컷 방황하고 탐색한 후 오히려 대학시절 이후 성숙하게 제 갈길을 씩씩하게 나아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둘째는 그런 언니를 보고 그런 집안 분위기에서인데도 일반고교를 나오다 보니 대학 때 자기 길을 스스로 찾느라 무진 애를 썼다. 물론 대다수의 다른 아이들은 대학생, 대학원생이 되어서도 부모나 교사들이 그저 좋은 길, 옳은 길, 편한 길이라고 말하는 길을 자기도 선택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가고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1월에 찾은 덴마크. 안델센의 고향 오덴세에서

 

맨발로 '격렬히' 농구경기를 하는 초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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