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상담이라는 것

샘연구소 2013. 3. 6. 11:58

상담이라는 것..

심리학과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을 공부하고 실험하고 배우고 연습하고 실천해보지만 만병통치약 같은 상담은 없다.

사람이 그만큼 오묘하고 신비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때론 좋은 결과를 보고 때론 잘 안 되기도 한다.

이 사람한텐 잘 된 게 저 사람한텐 안 되고, 네가 하면 잘 되는데 내가 하면 잘 안 되고 거기서 할 땐 잘 됐는데 여기서는 잘 안 되기도 한다. 

많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때와 장소, 대상과 내 컨디션 등에 따라서 '절충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참 어렵다.


그런데 나는 칼 로저스(Carl Rogers)의 인간중심 상담이론에 정말 공감이 간다.

그가 이른바 인간주의 또는 인본주의 상담이론의 기초를 놓은 학자이자 실천가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행동주의, 인지치료, 정신의학 등을 두루 알고 있었고 장수하면서 많은 것을 시도하고 이론화하고 가르쳤다. 


내가 살기 힘든 상황에 있을 때 그의 이론에 대한 잛은 글을 읽고 자신감을 회복하기도 했다. 그의 '자기실현' 또는 '자아성취' 또는 '스스로 성취한 사람'에 대한 목록들을 나에게 적용해서 체크해보면서 내가 세상적으로 소유나 성취, 성공하지 못했어도 내 감정 자체가 소중하고 내 존재 자체가 성공이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할까? 

'아, 나.. 괜찮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얼마 전에 그의 상담이론과 많은 글들을 모은 책을 찾아서 읽었다.



 제목: 칼 로저스의 사람-중심 상담 

  저자: 칼 로저스

  번역: 오제은(현 숭실대학교 교수)

  출판사: 학지사(2007)

 




사실 이 책의 원제목은 "A Way of Being" 즉, 존재의 방식이다.

그는 상담의 이론이나 기법을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상담자나 내담자, 환경 등 이 모든 관계와 상황을 아우르는 '존재의 방식'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책 중에서 몇 구절을 인용해보자.


그는 귀를 기울이는 듯 했다.

그와같은 귀 기울임은 고요함 가운데 우리를 감싸고

그 고요함 가운데서 우리는 마침내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듣기 시작한다.(노자의 말) 


사물의 삶에 간섭한다는 것은 사물과 자기자신 모두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다. 

힘을 행사하는 자는 드러나 보이기는 하나 작은 힘을 소유한 자요, 힘을 행사하지 않는 자는 숨겨져 있지만 큰 힘을 소유한 자다.

수행을 쌓은 자는 ... 인간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다른 인간에게 힘을 행사하지 않으며 '모든 존재가 자유롭게 디ㅗ도록 돕는다'(노자).

조화로운 사람은 그 조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조화로 이끌며, 그들의 본성과 운명을 해방시켜주고 그들 안의 도(道)가 발현되도록 돕는다.(마르틴 부버)



내가 간섭하지 않으면, 그들이 스스로 자신을 돌본다.

내가 지배하지 않으면, 그들이 스스로 바르게 행동한다.

내가 설교하지 않으면, 그들이 스스로 개선한다.

내가 강요하지 않으면, 그들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된다.(Friedman)


이런 인용문들을 보면 로저스가 상담이론가이자 상담실천가이고 교육자로서 어떤 철학과 가치관으로 임했는지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렇게 된 것은 그가 젊어서부터 많은 시도 끝에 그의 철학과 상담에 대한 이론이 원숙해지면서 다다른 결론일 것이다. 


하루하루 아이들의 문제에 부닥치고 빨리 해결해야 하는 교사나 상담가, 학교사회복지사로서 이런 느긋한 이야기는 사실 신선놀음같은 이야기로 들리 수 있다. 또, 상담 몇 번, 프로그램 몇 회기, 또는 1년 사업 하고나서 성과를 측정해서 보고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현 제도 측면에서 조직 속의 실무자가 로저스의 이론과 철학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시간이 흐를 수록 그의 생각에 동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말한다. 


"내가 처음에 가지고 있었던 신념을은 이렇습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악하다. 전문가답게 사람을 대상으로 다루는 것이 최선이다. 전문적인 기술을 사용하여 도와야 한다. 전문가는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기 위해 조언해주고 조종하며 통제할 수 있다.' 


아무리 인본주의 심리학과 상담기법이나 사회사업 개입법을 배운 사람이라도 사실 마음 깊은 곳에는 위와 같은 신념을 버리지 못하고 실제로 현장에서는 그렇게 행동한다. 말로는 아니더라도...  로저스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그의 결론은 이렇다. 지금 이 글을 쓸 때의 그가(그는 '현재 내가'라고 시작한다. 즉, 계속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내일의 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른다. 세상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있으니까..) 옳다고 믿으며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것의 요지들은 이렇다.(내용을 간략히 축약했음. 굵은 글씨체는 본문의 방점이나 강조를 반영한 것임. 63~65쪽 내용) 


  • 나는 나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어려가지 것들을 순간마다 소중히 여긴다. 분노의 감정이나 부드러운 느낌, 수치심, 상처, 사랑, 불안, 너그러움, 두려움 등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갑자기 일어나는 나의 모든 반응을 귀하게 여긴다.(중략) 나의 모든 충동들을 좋아한다.
  • 나는 경험(체험)을 통해 진실되고 소중히 여겨주고 이해해주는 분위기를 조성해주면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난다. (중략) 경직에서 유연으로, 의존에서 자율로, 방어적인 것에서 자기수용적으로, 평범함에서 자유로운 창의성을 갖게 된다. 이것이 자기실현이다.   
  • 성장을 촉진시켜주는 분위기 가운데 있을 때 나 자신과 타인들, 전체 그룹에 대해 깊은 신뢰가 자라난다. 나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일을 사랑한다. 
  • 상대방에게 계속 느끼고 있는 감정들이 있다면 그것을 표현해야 가장 좋다
  • 대인관계는 리듬처럼 존재할 때 가장 좋다. 마음을 열고 순응하며, 흘러가고 변화한 후 조용히 멈추며 모험하고 불안정한 상태로 있다가 잠시 안전한 곳에 머물기도 한다. 
  • 투명하게 열어놓는 것이 방어적인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면 관곅 엄청나게 풍성해진다.  
  • 현실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관계를 맺고 손에 흙을 묻히며 꽃이 피는 것을 관찰하고 석양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적어도 한 발은 현실세상에 딛고 있어야만 한다. 
  • 밖을 향하여 사람들과 교제하고 꽃을 기르고 책을 쓰거나 목공일을 하는 등 생산적인 일과 함께 때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탐색하고 묵상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균형을 맞춰야 한다. 
  • 이러한 대인관계에 대한 철학은 치료, 결혼, 부모자녀, 스승과 제자, 직장내 상사와 부하직원, 서로다른 인정간 등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광기어린 전쟁을 마다하지 않으며 무언가 바로잡아 보겠다는 미국의 신념에 강력히 도전한다고 말한다. 그의 생각에 그것은 자멸하는 길이다. 
상담도 마찬가지이다. 내담자에게서 무언가를 '바로잡아 보겠다'는 신념은 허상이고 착각이고 심지어 해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의 이러한 '무위'의 철학과 상담이론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머지의 책에서 그의 '엔카운터 집단'과 그런 의사소통 방식들은 '변화'를 보여준다.
내담자와 상담자(촉진자, 지도자)의 진정한 공감과 이해, 소통이라는 기반 위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진솔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변하는 것이다. 힘을 행사하지 않고, 내려놓고 투명하게 열어놓고 기다릴 때 가능하다. 

나는 이런 관계를 1더하기 1은 2라는 식의 '물리적 변화'가 아닌 1더하기 1이 달라진 1과 1이라는 '화학적 변화'라고 말해왔다. 

계속해서 이 책의 귀절들을 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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