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거지근성?

샘연구소 2013. 9. 8. 10:08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사업이 문제가 아니다.

 

교육복지.

 

부모님이 못 배우고 돈 못 벌고 집안 형편이 초라해서

학교에 다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점점 더 뒤질 수밖에 없고

사춘기가 되어 남과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나에게 주입된 '이상적'인 모습과 현재 내 모습간의 좁힐 수 없는 격차를 보게 되면서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학교가, 선생이, 어른들이 힘이 되고 희망을 찾게 해준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사업을 잘 해냈고 열심히 한다는 분들조차도

여전히 아이들의 공짜근성, 거지근성을 우려하고, 받기만하니 베풀 기회를 줘야한다며 봉사활동을 강조하고

불쌍한 아이들에게 이런 문화체험의 기회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말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좋은 기회인데도 참여하지 않고 부모도 열심히 기회를 만들어도 오지 않고 나몰라라 하고

아까운 국민의 혈세를 갉아먹는다고 아까워한다.

그 속에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교육복지사)에게 가는 급여도 포함되어 있다.

 

난 그런 말을 들을 때 매우 역겹다.

 

사회경제적 지표들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런 몇 번의 문화체험과 심성순화 프로그램이 내 삶을 그리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착하고 고상하고 깨끗하고 친절한 선생님들과 프로그램을 하고 학교를 나서서 돌아가면

집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몇 년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아니 더 힘들어지고 있다.

착하고 품위있는 선생님들은 계속 그렇게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고 때로는 경멸하면서 멋지게 사실 것이고

우리는 점점 더 불안과 궁핍 속에서 몸부림 칠 지 모른다.

 

 

나는 그런 자선적 시혜를 거부하고 싶다.

마치 이 사업을 하는 것이 자신을 희생해가며 큰 선행과 시혜를 베푸는 듯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나는 그 자리를 피하고 싶다. 

어쩌면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몸부림치는 아이들을 길들이고 잠재워야 교사들과 어른들이 편하니까 하는 건 아닌가?

이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시혜를 베푼다는 만족감을 누리기 위해서 하는 건 아닌가?

 

 

그런 것이 교육복지사업이라면 나는 거부하고 싶다.

 

몹시 마음이 불편하다. 뱃속이 메스껍다.

 

 

 

 

 

 

요즘 토요일마다 방송되고 있는 KBS TV의 청소년 기획 '위기의 아이들'

가정환경 때문에 벼랑끝에 내몰리고 학교에서도 견디지 못해 거리를 방황하지만

여전히 갈 곳 없는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쓰는 사회복지사들이 나온다.

(KBS 홈페이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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