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학기 초·월요일 가장 많다..시간대별로는 정오·오후1시
국민일보|입력2014.02.05 02:32|수정2014.02.05 07:54
학교폭력이 학기 초, 월요일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이는 모두 학생들이 방학이나 휴일 직후 학교 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주목된다.4일 한신대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강남훈 교수)이 경기도교육청 의뢰로 작성한 '학교폭력 패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2007년 3월∼2013년 6월 발생한 학교폭력 1만64건을 분석한 결과 학교폭력이 가장 많은 달은 3월(15.3%·1538건), 4월(14.5%·1459건)이었다. 이후 점차 줄어 여름방학인 7월(6.6%·665건), 8월(5.2%·520건) 감소했다가 2학기가 시작되는 9월(10.3%·1040건) 반짝 증가했다.
요일별로도 월요일이 2065건으로 가장 많았다. 시간대별로는 점심시간인 정오와 오후 1시가 각각 1255건(12.5%)과 1282건(12.7%)으로 최대를 이룬다. 이어 학교를 마친 오후 3시와 4시에 각각 1008건(10.0%), 1119건(11.1%)으로 다시 증가했다.
연구팀은 "학기 초, 월요일과 금요일, 점심시간 직전과 종례시간에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예측했다.
중2가 제일 무섭다는 말도 입증됐다. 초·중·고별 학생 1만명당 학교폭력 수는 초 5.0건, 중 155.5건, 고 55.7건이었다. 중2가 동급생에게 가해한 경우가 1694건으로 가장 많고 중1이 동급생에게 가해한 경우가 1425건으로 그 다음이었다. 육체적으로 부쩍 성장했으나 정서적으로는 불안정한 사춘기인 중2때 폭력성이 심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가해자의 12.4%는 이전에 가해 경험이 있어 특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유형별로 보면 폭행 6574건(68.3%)이 압도적이었고 금품 2043건(21.2%), 모욕 554건(5.8%), 성추행 310건(3.2%) 순이었다. 이번 분석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NEIS)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
종래의 연구들에서는 종종 쉬는 시간에 교실과 복도, 화장실 등에서 폭력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왔는데 연구자에 의하면 이는 쉬는 시간 발생 응답을 합산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긴, 쉬는 시간은 10분도 안 되고, 점심시간은 기니까 점심시간에 뭘 해도 하기가 더 쉽겠지...
기사 내용은 연구의 일부인데 전체 연구 결과,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이 분석, 제언했다.
- 학기초, 월요일과 금요일, 점심시간 직전과 종례시간에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 절반 이상의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이 없다고 했고 일부 학교에서 폭력이 집중 발생한 점을 고려하여 학교별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 가해·피해학년 분석에서는 동급생 간 폭력이 대부분이었고 그중에서도 중2가 동급생에게 가해한 경우가 1,694건으로 가장 많았다(역시 중2...)
학교폭력과 혁신학교와의 연관성도 언급되었는데
- 지정된 지 6개월 미만인 혁신학교는 일반학교보다 학교폭력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1년 이상 된 경우 상대적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혁신학교가 학교폭력을 줄이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조심스럽게 판단했다.
-----------------------------------------------------------------------
나는 몇 가지 다른 생각을 가진다.
우선, 학기초와 월요일, 금요일 등에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하라고 제언했는데
안 그래도 쉬다가 다시 숨막히는 학교에 나와서 또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자연스레 충돌도 하고 갈등도 겪게 되는 시기에 굳이 또 '교육'이란 걸 해서 아이들을 옥죄면 폭력이 줄까? 글쎄... 해법은 '교육'보다도 그런 날에 아이들에게 좀더 여유와 평화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 월요일이나 학기초에 선생님의 시끄러운(-_-;;) 안내방송을 끊임없이 내보내기 보다는 이를 자제하고 음악감상과 명상 시간을 두기
- 상담사아 교육복지사가 이벤트를 마련해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분산, 완화시킬 수 있도록 하기(등굣길 프리허그 이벤트 같은 것)
- 특별히 힘든 아이들에게 조용히 안전하게 시간을 잠시 보낼 수 있는 'SHELTER'(복지실 내 한 공간에 소파를 두고 특별한 인테리어 구성으로 분위기 연출) 제공
등이다.
둘째로,
일부 학교들에서의 높은 폭력발생, 그리고 혁신학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폭력발생은 충분한 시사점이 있다고 본다.
즉, 지역사회, 가정환경과 학교분위기, 교사들의 학교에 대한 태도 등이 학생간 폭력에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학교폭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경기도 최북단의 외진 지역의 경우, 지역적 특색과 아이들의 가정환경, 성장과정에서의 지역적 폐쇄성 등도 대인관계의 독특한 맥락을 제공하지만 외지근무로 승진을 위해 1~2년만 손님처럼 머물다 가는 교사들이 있는 학교라는 점도 분명히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품고 순화시키는데는 부정적인 조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반대로 1년이상 혁신학교에서 폭력이 낮은 것은 같은 맥락이다. 아무래도 교사들이 학교와 수업, 학급운영을 어떻게든 더 잘해보고자 고민하고 논의하고 시도하는 가운데 학생들은 더 안전감과 발전에의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혁신학교 초창기에는 새로운, 많은 업무로 교사들이 더 분주하고 스트레스도 높아질 것으로 보아 그 시기에 더욱 유의해야할 것이다.
셋째로는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한 집단따돌림과 협박, 모욕 등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데 이것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 은근하게 퍼지는 아이들의 정서적, 사회적 폭력은 날로 변화? 또는 진화하고 있다.
끝으로 폭력, 폭력관련 학생만 보지 말고 넓게 보자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육학자들, 상담가들은 예방교육을 강조한다. 또 가해자교육(재발생율이 높기 때문), 피해자교육. 거기에서의 감정소통, 감성교육, 의사소통교육 등을 제안한다.
나는 교사들이 중심으로 만들어내는 학교내 정서적 분위기, 갈등해결 전략(문제 표적화, 발굴, 보호, 징계와 징벌 중심보다는 공동체로 풀어가는 전략, 그리고 지식교육 중심의 학교교육에서 원칙으로 돌아가 자연, 이웃과 어울리는 교육, 몸과 마음, 생각을 모두 쓰는 교육으로 되돌아갈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교육, 심리, 사회복지, 사회학 등 많은 이론과 연구에 대한 공부 탓도 있지만 적지 않은 내 경험도 밑받침 한다.
오래 전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서울변두리의 뚝방촌 가난한 아이들과 산밑의 저소득층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교였다. 그러나 주변학교들에 비해서 매우 평화롭고 안전했다.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1) 적은 학생수(모든 교사가 적어도 한 학년 아이들을 다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 미국에서의 연구를 보니 학급 내 학생수보다도 전교생 규모가 학교폭력에 유의미한 변수로 나타났다.
그래서 미국의 한 도시에서는 대규모 학교를 운동장 가운데 담을 쌓고 두 개 학교로 쪼갰더니 폭력이 줄었다는 실험도 있다.
2) 자연
그 학교는 학교 안에 나무가 많고 작지만 우거진 숲이 있었다. 아이들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그냥 운동장 뿐 아니라 숲의 나무 사이로 돌아다니며 뛰어놀았다. 수업을 하다가도 창밖을 보면 눈부신 운동장과 주변건물이 아닌 4층 높이의 호두나무, 플라타너스, 소나무 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3) 교사
초창기 그 학교는 교사이동이 거의 없었다. 사립학교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교사들은 그 지역을 아주 속속들이 잘 알고 아이들의 형제자매, 선후배에 대해 빠삭했다. 또 교사들간에도 가족과 같이 끈끈한 친밀감이 있었다. 화목한 부부사이에 아이들이 평화로운 것과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최근 학교폭력에 관해서 매우 공감한 책을 읽어서 강추한다.
제목: 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 학교폭력에 대해 말하지 않은 것들
저자: 한낱, 하승우, 진냥, 조영선, 정용주
출판사: 교육공동체 벗
연도: 2013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학교와 교실 안에서의 긴 체류시간, 엄격한 담임제도라는 공통점을 가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이지메'와 같은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한다는 지적이었다. 충분히 연구해봐야 할 발견이다.
얼마 전 일본에서 오신 현직 교사출신 학교사회복지학 교수인 다이몬씨도 일본의 심각한 학교폭력 문제를 학교사회복지의 지식과 기술로 풀어내기 위한 연구를 해오시는데 이 점에 대해 공감을 표현하셨다. 실제 일본에서 폭력이 많은 학교에 사회복지사를 배치해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교사 대 학생 간의 억압적인 구도에 다른 모멘트를 만드는 시도가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의 상담이나 학교사회복지(교육복지) 실천에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
'동향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 교육정책 평가 (0) | 2014.02.10 |
---|---|
꿈나무안심학교 (0) | 2014.02.08 |
서울학생 행복지수 (0) | 2014.02.05 |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 (0) | 2014.02.03 |
소득수준과 학력격차 (0) | 2013.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