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노르웨이 복지국가

샘연구소 2014. 3. 4. 22:39

 

제목: 나는 복지국가에 산다 (노르웨이의 한국인들이 말하는)

저자: 김건, 백명정, 이경예, 정의성, 조주형, 최경수, 박노자

출판: 꾸리에

2013.10.30 발간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불을 넘고, 좌우를 불문하고 정치계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복지가 되면서

북유럽 나라들에 대한 관심이 크다.

더구나 OECD 나라들 간의 교육평가인 PISA 결과 우리나라와 공동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

그리고 스웨덴, 독일 등이 책과 텔레비전에서 계속 소개되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별 자료가 없는 나라가 덴마크와 노르웨이였다.

이번에 박노자씨가 중심이 되어 노르웨이에 사는 한국인들이 모여서 복지국가 노르웨이에 사는 소감을 묶어서 냈다.

읽을만하다.

 

- 순서

아기 때부터 예술을 배운다.

노르웨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무상교육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자라다

세계1위라는 순위가 알려주지 않는 사실들

단 한 명의 소외되는 환자도 용납하지 않는다

노르웨이에는 가난한 노인이 없다

우리에게 노르웨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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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선생들은 공부 잘 하는 애들한테 관심도 없고, 오히려 싫어한다니까요."

"공부 못하는 애들은 엄청 챙겨주고 시간도 투자하고 관심을 준다니까요"(40-41)

 

내가 교사시절에 그랬다.

어차피 잘 하는 애들은 스스로도 잘 챙기고 대개 부모가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

진짜 교사가 할 일은 그렇지 못한 아이들, 혼자서 잘 못 하는 아이들, 부모가 관심을 못 주는 아이들, 다른 교사들이 몰라라 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들을 돌보아 잘 자라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당연하쥐!

근데 한국에선 그걸 안 한다는 거야. 왜냐구? 성적이 제일 중요하니까. 교사가 너무 바쁘니까. 그렇게까지 안 해도 월급 나오니까. -_-;;

그래도 하는 '미친' 교사들도 있다. ㅎㅎ '좋은교사'(www.goodteacher.org) 같은 이들이 그렇다. 짱이다~

 

대부분의 노르웨이 유치원의 경우 아이의 안전을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로 둔다. 놀이를 통해서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격적으로 존중받고자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존경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 아래 사회성을 키우고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71)

 

북유럽에서 유치원은 우리나라처럼 영재교육, 선행학습 하는 곳이 아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편안하게 마음껏 탐색하고 놀고 어울리고 알아간다. 선생님과 관리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안전'이 최우선이다. 어찌보면 어린이집이나 탁아소가 더 맞다. 우리나라 개념의 공부하는 유치원은 입학전학교인 유치학교에 해당하는 것 같다. 거기서는 입학 준비를 시킨다. 초등학교 구경도 간다.

 

특별히 추억에 남은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불공평한 세상을 보여주려고 학생 세 명을 부르더니 칠판 앞에 서 있게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다른 곳에 모이게 했습니다. 저는 칠판 앞에 서 있던 세 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저희들에게는 맛있는 빵을 1인당 세 개씩 주시더군요. 나머지 학생들에게도 빵을 주긴 했지만 모두에게 겨우 세 개만 주었습니다. 그 많은 학생들은 빵 세 개를 나누어야 했습니다. 

 

 칠판 앞에서 손에 빵 세 개를 들고 있던 저는 친구들의 실망스런 표정을 한참 보고 있다가 그들에게 다가가 빵 두 개를 나눠줬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있던 선생님은 제 귓속에 대고 "이날을 절대로 잊지 말아라."고 속삭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공평해야 한다는 생각은 이때부터 더욱 강렬하게 싹튼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96)

 

노르웨이에서의 정치의식에 대한 교육이다.

과목에 '평등'이란 챕터가 꼭 있어서가 아니더라도 교사는 이런 저런 방식으로 아이들이 공평을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심어주었다.

또 대통령 선거 때에는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각 후보자에 대한 조사와 토론을 권장한다.

민주주의, 국민이 주인인 나라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학교 담벼락에 붙인 '안녕하십니까' 대자보 떼내는 교장, 경고내는 교육청...

 

친구 중 교사가 한 명 있습니다.

 

어느 날 친구한테 아이디어를 냈죠. "학교를 다니는 목적은, 시험 때문에 답을 외우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배운 것을 계속 기억하게 하는 것 아니냐? 그러면 왜 같은 시험을 두 번 치르게 하지 않냐? 첫번째 시험은 모르는 것을 발견하게 하는 목적이고, 두번째 시험은 실제 지식을 보여주는 목적이다."

 

친구가 살짝 웃으면서 "우리 학교는 이미 그렇게 한다"고 하더군요. 그뿐만 아니라 작문도 두 번 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 덕에 교사의 노동량은 더 많아졌지만 효과는 매우 좋다고 합니다.

 

맞다! 못하는 걸 발견하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발견한 걸 알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그렇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다른 아이들처럼 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고 싶었는데 입양아라는 사실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 출신임을 인정했지만 한국인이라는 마음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노르웨이 사람이라는 마음도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중학교 3년 동안 커튼을 닫고 방안에 움츠러들곤 했습니다. (중략) 그러면서 든 생각이 '아이덴티티는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점이었습니다. 그게 일종의 제 아이덴티티가 된 셈이죠.(116)

 

북유럽엔 몇 년 전까지도 이민자들이 별로 없었다. 특히 유색인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북유럽에서 만나는 유색인이라고 하면 대개는 입양인들이다.

입양인으로서 필자가 사춘기를 지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세워가는 과정이다.

 

의료체제와 노인부양에 대한 내용들도 밑줄 친 곳이 많은데 생략.

 

마지막으로

 

흐르는 시냇물을

나그네에게 나누어준다고 해서

시냇물이 없어지지는 않고,

나의 촛불에 타오른 불시를 이웃의 촛불에 나누어준다고

촛불의 불빛이 덜 빛나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누구나 공유하는 오래된 글귀란다. 좋다.

 

이 책에서 맨 끝에 있는 박노자의 글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나라와 노르웨이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적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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