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무기직의 함정

샘연구소 2014. 7. 30. 19:54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동안 생기는 일자리들은 대개 비정규직이다.

교육복지사업의 민간실무자인 교육복지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일부는 여전히 아니다. 어느 특정 지방 교육청이나 사립학교 등에서)

해고의 불안이 사라졌다.

그나마 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서비스와 전문성의 내실화를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참 다행이다.

 

외국의 학교사회복지 역시 비슷한 처지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학교사회복지사가 늘어나고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으나 고용안정성 측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미국 조차도 예산확보 여부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교사보다 못한 처우 때문에 협회가 계속 정치행동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는 조금 앞서가는 축에 속하는지도 모르겟다.

 

그러나 이로써 새로운 위기에 처했다.

나태함과 천박성이다.

서비스의 안정성과 전문성의 내실화 보다도 더 빨리 퍼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가정방문 하지 않기. 연수나 회의 등에 아프다거나 다른 이유를 대고 빠지기.

아이들과 부대끼지 않고 교사와 강사들에게 미루고 행정적으로만 일처리하기.

공부하고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고 열정도 비전도 없이 그냥 그저 그렇게 일하기. 

지역사회와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가려 노력하지 않고 학교안에서만 조물조물 일하기.

......

 

어느 새 초창기 학교사회복지사들이 모여서 한탄하던

교사들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이들과 소통하지 않고 마음 곁을 주지 않는 선생님들을 보며

우리가 아이들 곁에 있어주겠다고, 아이들과 마음을 맞추어보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학교사회복지사협회 로고조차도 눈높이를 맞춘 두 얼굴로 만들었었는데..

이제는 그 로고도 추상적인 이미지로 바뀌어서 그냥 펼친 책장같이 보인다.

우리도 그만큼 직장인스러워졌다....

 

물론 존경과 감사를, 지지와 격려를 보내드리고 싶은 교육복지사 친구들이 많다.

아이들과 뒹굴고 싸우고 웃고 울고 가슴을 치며 교사를 만나고 부모와 지역사람들을 만나는 이들.

그러나 그들의 답답함과 안타까움, 분노와 좌절에 공감한다.

이제는 지쳤다고... 떠나고 싶다고...

 

어쩌면 좋을까!

샘,

그래도 우리 물러서지는 맙시다요.

지금까지 왔잖아요.

 

 

천년의 바람

                                           - 박재삼

 

천 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우리 가난한 마음이 탐을 내는 것이 있으랴마는

소나무 가지를 간지르는 저 천년의 바람처럼

무심한 척 다시 신발끈 고쳐매고 걸을 일이 아니겠는가.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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