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공교육 정상화 과제

샘연구소 2015. 7. 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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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edpolicy.kedi.re.kr/EpnicForum/Epnic/EpnicForum01Viw.php?Ac_Num0=18277&Ac_Code=D00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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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현안과 개선과제

 

이재덕(한국교육개발원 창의인성교육연구실 연구위원) E-mail: jdlee@kedi.re.kr

발행일자 : 2015.07.22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했으면 하는 마음은 모든 학부모의 마음이다. 좋은 대학에 가면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고,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열은 학벌주의나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더욱 강화된다.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은 한정되어 있고 거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자녀를 사교육 시장에 보내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고, 학생들은 과도한 학습량으로 전인적 발달을 이룰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20143월에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교육관련 기관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정부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자기주도학습전형’, ‘교과교실제’, ‘방과후학교’, ‘창의경영 학교’,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사업’,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은 사회의 문제로 남아있으며, 특히 사교육 가운데 선행학습은 더욱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일반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학생 가운데 86.5%가 영어와 수학의 선행학습을 경험했으며, 특목고와 자사고를 지망하는 중학생은 90.6%가 선행학습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생의 84.1%가 선행학습을 했으며, 중학생은 87.0%, 고등학생은 89.5%가 영어나 수학 선행학습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1). 전국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도 대상 학생 가운데 69.6%가 영어 사교육 선행학습을 하였고, 수학은 70.2%가 선행학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2). 이러한 조사 결과를 볼 때 학생들은 선행학습에 의존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무적인 것은 2013년에 나온 교육부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특목고 진학 희망 중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와 참여율은 해가 지나면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9년에는 435천 원이던 사교육비가 2012년에는 387천 원으로 약 11%가 줄어들었다3). 이 시기는 특목고의 입학전형 정책이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뀐 시기와 겹치는 시기이다. , 전형 방식의 개선으로 인하여 중학생들의 사교육비 감소와 중학교 교육과정 정상화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른 유형의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보다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더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일반고에 진학하는 학생들 역시 사교육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현안을 개선하기 위하여 본고에서는 개인, 학교 내부, 교육체제 그리고 사회·문화의 네 가지 측면에서 개선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개인 측면에서는 사교육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많은 연구에서 학생의 불안 심리가 사교육에 의존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히고 있다4). 그러나 수학교과를 선행학습 한 학생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더 많이 갖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도 있고, 선행학습이 교과 성적이나 자아효능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5). 일부 효과가 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한 연구도 있지만, 통계 처리 과정을 엄밀하게 하여 가정 배경과 수학에 관한 학습 태도, 전년도 학업성취 수준 등을 함께 고려했을 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6). 그러므로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선행학습이 교과 성적 향상에 직접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홍보하여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학교 공부에 더욱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학교 내부 측면에서 완전학습 체제를 구축하고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 맞는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대하여 어떻게 인식하는지 조사한 결과, 학생의 수준에 맞춰 지도하느냐는 질문에23.8%가 아니라고 대답하였으며, 기본적인 내용을 사전에 공부해온 것으로 생각하고 수업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68%로 나타났다7). 이러한 결과는 현재 학교에서 너무 어려운 것을”, “너무 많이”, “너무 빠르게가르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업시간 45~50분 동안 학생이 소화하기 어려운 많은 내용을 학생의 수준보다 어렵게 가르치기 때문에 학생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개인별 수준에 맞춰 교과를 지도하고, 성취해야 하는 기준에 미달한 학생들에게는 교육과정 해설서에 명시되어 있는 학습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개별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수업에서 기본적인 내용만 배우고 시험에는 심화문제가 나오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5.2%로 나타났다. 학교 내부에서는 가르친 내용 및 수준이 평가 내용 및 수준과 같게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적 서열을 내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성취 기준에 도달했는지 평가하는 절대평가의 취지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교육 체제 측면에서 대학별 다양한 기준에 의한 학생 선발을 강화하고 고등학교 선발 시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획일적인 전형 방법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수시제도를 활성화하여 학교별 인재상에 맞는 다양한 인재를 다양한 기준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고등학교 체제에서는 학교 유형별 선발 시기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가 전기에 입학전형을 실시하고 자공고와 일반고가 후기에 입학전형을 실시함으로써 입학전형에서 상대적인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자공고와 일반고, 자사고, 특성화고 등의 선발 시기를 전기와 후기로 고르게 분포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 유형에 따른 선발 시기의 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여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검토해 보고,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회·문화 측면에서 학벌주의와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좋은 고등학교를 나와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으며, 좋은 직장을 얻어야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국민들의 생각은 친구와 동료를 누르고 내가 앞서가야 한다는 무한 경쟁의 분위기를 만든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해도 적성을 살려 그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면 개인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도록 사회체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정책, 자기주도학습전형 정책, 절대평가 정책 등은 이러한 무한 경쟁을 해소하려는 중요한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과 더불어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는 국민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제안한 다양한 처방들이 일시에 공교육정상화에 기여하리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하나씩 시도해본다면 점차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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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정민 외(2013)는 경기도 소재 초··200개 학교 9,7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함.

2) 김현철·윤유진(2011)는 전국 초··316개 학교 22,2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함.

3) 교육부(2013), 2012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 발표, p.10.

4) 김양분 외(2002), 김현철 외(2011), 안상진(2013)의 연구가 여기에 해당함.

5) 신재한(2009), 한지선 외(2013)의 연구 외 다수가 있음.

6) 김성천·신철균(2011)의 연구 외 다수가 있음.

7) 김정민 외(2013)의 연구는 학교 내부의 선행학습 유발요인을 분석한 연구임.

 

 

[참고 문헌]

교육부(2013). 2012년 사교육비·의식조사 결과 발표.

김성천, 신철균(2011). 인문계 고등학생의 선행학습 효과 분석 연구. 열린교육연구, 19(4), 87-108.

김양분 외(2002). 입시학원의 교육 실태 분석.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 RR 2002-1.

김정민, 김일혁, 김정숙(2013). 학교교육 내 선행학습 유발 요인 분석 및 해소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김현철, 윤유진(2011). 선행학습 실태 및 학습 부담에 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사교육정책중점연구소.

신재한(2009). 수학영재교육원 선발대상자의 선행학습 경험과 가정환경이 수학교과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 교원교육, 25(2), 180-199.

안상진(2013),  선행학습의 유발요인 분석과 대책. 선행학습 실태와 바람직한 규제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

한지선, 박형빈, 이헌수(2013). 수학 선행학습이 학생들의 자기효능감, 성취동기 및 학업성취도에 미치는 영향-대학 영재교육원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국학교수학회논문집, 16(1), 8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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