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에서 초등학교 1학년~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ADHD 선별검사를 시행한다고 한다.
ADHD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라는 길고 어려운 말이다. 주의산만하고 지나치게 활동적인데 그게 건강하지 않은 것이고 치료해야 할 질환이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예전에는 그저 사춘기를 전후해서 주로 남자 아이들이 지나치게 활달하고 부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점잖아지거나 또는 원래 좀 활동성이 높은 아이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물론 수업시간에 자주 지적을 받고 혼나기도 했고 부산스런 학생 자신은 주의집중이 잘 안 되어서 수업시간이나 혼자서 오랜 시간 공부해야할 때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활이 지금처럼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다양한 놀이도 하고 집안일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늘 무엇에 주의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었고 그렇게 부산스런 아이들은 운동이나 다른 부분에서 또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에 그런 점이 매력이 되고 인기를 얻기도 했다.
더구나 13세 정도 된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기 자신과 세상이 낯설게 보이기도 하고 내면의 변화에 따른 불안과 갈등도 많은데 이를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면서 자기를 안팎으로 하나하나 발견하고 타인들과 연결하고 부분들을 통합하면서 정체성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농구나 축구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면서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고 성취감도 맛보고 게임의 규칙도 익히는 등 전인적인 발달의 기회를 갖는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이 눈떠서 잘 때까지 책상에서 조용히 선생님이나 모니터화면, 또는 자신의 과제수행에 주의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대신 나가서 뛰어놀거나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할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전인교육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공부기계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 같다.
공부기계는 공부에만 집중해야한다. 다른 것에 신경을 써선 안 된다. 부모나 교사들은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하지 않거나 수업에 방해가 될 때 이를 '비정상'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교사들도 부산스런 아이들을 상담하고 훈육하려 공을 들이기보다 대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세요"라고 권한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 정신과의사들의 홍보가 덧붙여져서 부모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학교에서 전체 학생들을 잠재적 정신신경과 약물소비자로 대상화하고 전교생에 대해 스크리닝검사를 하는 것에 대해 교육적으로 그리고 아동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나는 크게 우려하고 또 반대한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부산한 아이들은 교사가 조금만 살펴보면 다 드러난다. 심하면 학교 안의 상담교사나 사회복지사에게 의뢰해서 세밀하게 상담을 받아보게 하면 된다.
그렇게 해도 아이들에게는 낙인이 된다. 어떤 아이가 '저 ADHD라서 그래요'하면서 빈정대듯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을 봤다.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선별대상이 된 아이들은 이후 집단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고 일부는 부모상담을 통해 정신과 진료를 추천받는다.
그러나 과연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 무엇이 건강이고 무엇이 질환인가? 이렇게까지 전교생 세균감염검사하듯 해서 걷어내는 것은 과연 인권적이며 또 예산상 경제적인가?
이런 류의 '장애'나 '정신질환'이란 것이 대개는 복잡한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규정되고 퍼지게 되는데 그에 대해서는 다음의 두 권의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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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우울증>
<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
사실 정말로 심하게 ADHD가 의심되는 아이에 대해서는 bio-psycho-social 한 세 가지 측면에서의 개입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나도 적지 않은 경험이 있다. 지나치게 주의가 산만하고 자기감정 조절을 못하는 아이를 발견하여 ADHD를 의심했다. 부모와 상담해서 정신과 의사에게 진단을 받았고 약물치료와 개별상담, 학교에서의 친구들과 함께 하는 방과후 스포츠프로그램, 교사의 각별한 관심과 배려, 적절한 역할부여와 성취감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어머니와의 수차례 상담으로 어머니가 겪고 있는 가정 내에서의 우울과 좌절을 해소하도록 도와준 결과 아이가 훌륭하게 변화하는 것을 보았다.
중요한 것은 약물치료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드시 주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 안정적인 환경 조건,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내가 더 우려하는 문제는 이런 아이들의 대다수가 가정형편이 안정적이고 지지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아이에게만 약을 먹일 것이 아니라 교육여건, 빈곤가정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더 연구하고 예산을 지원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복지사업이나 학교사회복지사업에서의 정서,학습 지원 부분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아이들 내면의 힘을 길러준다고 본다.
초등학교 1학년이란 어린 나이에 두려움과 낙인감을 주면서까지 '발병'하기 전에 미리 위험한 아이들을 찾아내서 따로 모아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이며 경제적일지 나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보다도 먼저 교실에서 교사가 모든 아이들에게 보다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저학년 학생들의 학급당 학생수를 더 줄이고,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는 안목과 기술을 전달하는 교사연수, 교사가 좀더 수업과 학급관리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여건 마련, 교원평가에 이런 내용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 등의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는 교육정책가들이 할 일이다.
또 대개 ADHD 증상이 심각한 아이들은 가족문제, 신체건강, 가정환경, 교우관계 등 다른 여러가지 여건의 개선이 필요하고 부수적인 문제행동에 대한 행동수정 지도도 필요하다. 또 그 치료는 아이들의 문제가 누적되어서가 아니라 환경개선이 복잡하고 힘든 만큼이나 어렵고 오래 걸린다.
현재 교육복지사업이나 학교사회복지사업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이런 통합적 사정을 통해 다각적으로 아이들을 치료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는 점에서 그 노력을 높이 사며 이런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또 정말 꼭 필요한 지원들을 제 때에 받아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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