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란 사물이나 신체기관이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라고 국어사전이 정의한다. 통신장애란 말도 하지만 사람에게 '장애인'이란 이름이 붙여지면 이는 새로운 의미를 띈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하면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되어있다.
그런데 나는 어느 날 궁금해졌다.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되어있는데 그럼 제약을 받지 않거나 그 제약이 '상당'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인가/ 그 제약은 왜 생기나?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더우기 50살이 넘으면서 노안이 오고 잔글씨가 잘 안 보이게 되고 귀도 어두워지고 걸음도 곧잘 헛디디면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나름대로 '상당한 제약'을 느끼게 되었기에 이 부분에 새로운 관심이 가게 된 것이다.
'장애'는 질병인가? 징벌인가? 사회적 낙인인가?
(파이낸셜뉴스 2011. 4. 18. 기사그림)
좋아하는 연극인 추민주씨가 지어 올린 '빨래(강추!)'라는 연극에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옥탑방에 가두어놓은 노모가 나온다. 지금도 여러가지 여건으로 마지못해 그렇게 사는 이들이 있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란 책에 보면 우리나라에서라면 중증장애인으로 소외된 삶을 살았을 정유선씨가 부모의 특별한 지지 덕에 미국에서 교수까지 되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의 아이들과 유치원 친구들은 장애인인 정유선씨를 그냥 다른 사람으로 보고 대한다. 주변사람들은 그를 내치기보다는 품고 함께 가려고 노력한다. 부러웠다.
저상버스나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들이 싸워서 설치했지만 노인이나 몸이 힘든 사람 누구나 덕을 보고 있다. 나도 무거운 짐을 들었을 때 하이힐로 저녁귀가길이 힘들 때 '일시장애인'이 되어 엘리베이터를 탄다.
내 친구는 자기 차에 장애인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 그래봐야 덕보는 것보다 낙인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 친구는 전시회 할인표와 전철표를 끊어주면서 자기가 나에게 '시혜'를 줄 수 있는 작은 보람이라고도 했다.
장애아를 두고 너무 힘들어 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직장까지 그만 두고 아이를 돌보며 돈벌이가 안 되는 일을 하고 사는 선배도 있다. 어느 아버지는 직장을 그만두고 장애아의 권리확대를 위한 운동가가 되어서 열심히 살고 있다.
한 친구는 장애가 있지만 공부도 잘 했고 대학까지 다녔는데 갑자기 뚱뚱해지자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모두다 쳐다보고, 걱정해주고 장애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고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비만은 가장 처절한 장애인 것 같다고 했다.
어느 학교에서는 몇 가지 점에서 지적장애로 생각되는데 학교측에서는 전학을 권유하고,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는 멀고, 가정은 이사갈 형편이 안 되고, 또 부모는 장애판정 받기를 거부하는 일로 사회복지사가 곤란해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학교사회복지사로 있을 때에도 교사가 자폐성향이 있고 지적발달이 뒤쳐진 학생의 부모를 불러서 계속 전학을 권유하면서 부모, 아이, 교사, 학급친구간에 갈등이 발생해서 개입한 일이 있다.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이들의 피땀어린 길위의 투쟁 덕에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이 통과되었고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어른들이 다양한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은 부모는 청천벽력을 맞은 듯이 좌절할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민을 택한 친구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장애인인데 다만 조금 더 심하게 오거나 더 빨리 올 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고령화시대에 앞으로 모든 사회서비스는 장애인이 편리하도록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스마트폰의 글씨나 자판도, 버스의 좁고 높은 계단도, 시청각을 교란시키고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광고들도, 걸음이 느린 사람들이 위험한 도시교통도 빨리 달라져야 한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행복해지는 사회가 진정한 복지국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장애와 관련해서 내가 읽은 괜찮은 책들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 울력
장애가 사회 권력과 정치적 맥락속에서 어떻게 규정되는지를 보게 해주는 책
평생 비장애인을 흉내내기 위해, 닮기 위해 처절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과연 인간적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장애관련종사자의 특수교육입문> 대교북스캔
특수교육교사나 학교사회복지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잡이책.
<장애인이 나설 때>
2007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온 만화책인데 시중에서 구입이 불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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