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어린이 어휘력과 가정배경

샘연구소 2019. 11. 19. 10:03

빈곤소외계층 가정의 자녀들이 학생이 되면 학교에 재학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학업에서의 성취도나 학교에 대한 적응도, 학교에의 소속감과 학교에 대한 고마움이 낮아지는 것을 본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 고교로 올라갈수록 학교 교과수업이 이해하고 따라가기 힘든데 학교에서의 모든 것이 성적 위주로 평가되고 자신이 '찌질이'라고 느껴질 때 더욱 그렇다.

학업성적 더 근원적으로는 인지발달에 가장 중요한 것이 '어휘력'이다. 어휘는 개념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가정환경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다양한 체험과 풍부한 언어자극을 접하지 못하면 인지발달이 뒤처지고 결국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고, 학습의 총량이 많아지는 초등학교 4학년을 기점으로 학업이 어려워지게 된다.

그런데 학교들은 대학생 도우미를 활용한 방과후 복습이나 문제집 중심의 보충수업을 하는 것으로 대응책을 삼는 곳이 많다. 그래도 쉽지 않은 이유는 기본적인 학생들의 어휘력 창고 자체가 빈곤하기 때문이다.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힘은 이런 아이들에게 보충학습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체험, 기존 학교, 가정생활에서 만나지 않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언어 소통에의 확장을 경험하게 하는데 있다고 본다.

특히 유아기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다양한 장면에서 다양한 남여노소를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는 책이나 영화를 통해 간접체험을 하는 것, 그림이나 운동경기관람, 요리 등 무엇을 하든지 그 주제를 놓고 많은 대화, 언어를 매개로 하는 놀이들(끝말있기 등), 짧은 동화 암송대회, 일정 시간 '채굴'형식의 집중탐색하는 대화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의 어휘력과 사고력(학업의 기초를 탄탄하게 해주는), 소통과 대인관계 능력을 길러주고 동시에 자존감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은 지난 2019년 2월 8일에 발표된 이찬승 대표가 이끄는 '교바사(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보도자료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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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초등학생의 교과 어휘력, 거주환경과 가정배경에 따라 차이가 크다 

  

 

초중고 교실을 막론하고 많은 교사들이 수업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거나 딴 짓을 하는 것은 이미 익숙한 이야기고, 요즈음에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학생들이 교과내용에 대한 교사의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설명하는 말 속에 있는 주요 단어들의 뜻을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자들은 스승의 뜻을 헤아려서라고 하면 대뜸 헤아리는 게 뭐예요?’라고 질문하는 식이다. 한 마디로 이런 우리말 어휘력 부족 현상을 하소연하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관한 자료나 연구 결과는 극히 드물다. 특히 초중고 학생들의 우리말 어휘력이 어떤 수준이며 그 부족함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관해서 조사한 결과는 거의 없다. 그런 조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한글 어휘력 실태에 관한 광범위한 기초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이 분야에 대한 국내 연구는 초보적인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부설 ‘21세기교육연구소에서 2018년에 수행한 초등학생의 교과 어휘력 격차 거주환경과 가정배경 등에 따른 차이를 중심으로가 그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의 어휘력은 주거환경(지역)이 양호할수록, 부모의 경제력이 높고 지원이 많을수록 높고, 반대로 주거환경이 열악할수록, 조손가정이나 다문화가정처럼 부모의 지원이 적을수록 낮다. <-1>은 학교주변 아파트의 시세에 따라 도시 지역을 상, , 하로 나누고 이와 별도로 경기도의 한 농촌 지역을 택하여 학생들의 어휘력 점수 평균값을 비교한 것이다. 모든 과목에서 도시 지역과 특히 농촌 지역 학생들의 점수가 낮음을 알 수 있다.

 


 


 

평균값이 아니라 학생 개인별 점수 중 고득점자와 저득점자의 지역별 분포나 부모 동거 여부를 보면 계층별 어휘력 격차의 심각성이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2>를 보면 60점 이상(65점 만점)의 고득점자의 경우 도시 지역에서는 13% 내외를 차지하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극소수밖에 없다. 반대로, 30점 미만의 어휘력 부족 학생은 그 반대의 경향을 보여준다. 이 비율은 특히 도시 지역에서 높고 농촌 지역에서는 다소 낮은데 이를 앞의 평균값과 함께 견주어보면, 농촌 지역 학생들의 어휘력이 전반적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낮은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도시 지역 학생들은 양극화가 심하여 점수가 극도로 낮은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는 부모 동거 여부에 따라 어휘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60점 이상의 고득점자 중에는 부모 결손 학생이 6.6%에 불과했지만, 30점 이하의 저득점자 중에서는 30%가 결손가정 자녀였다.

어휘력은 학생들의 사고력, 표현력, 학업성취도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이나 가정 배경에 따른 학생들의 어휘력 차이는 실제 교육의 내용적 측면에서도 교육 격차가 상당히 고착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학생들의 어휘력에 관한 초등학교 교사들의 인식도 함께 조사했는데, 교사들의 68.5%는 학생들의 어휘력 차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확대된다고 응답하였다. 개인에 따라 학교 공부를 통해 저학년 시절의 어휘력 부족을 극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그 부족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의 초등학교 5학년 1,12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졌다. 어휘력 측정을 위한 검사도구가 없어서 연구진이 직접 제작한 검사지로 조사하였다. 검사지는 지난 30년간 사용된 초등학교 교과서(국어, 수학, 사회, 과학)들을 바탕으로 하였다. 객관적으로 비교할 만한 기준이 없어서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어휘력이 높거나 낮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상한 대로 지역이나 가정 배경에 따른 차이가 크고 장차 이것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들을 종합해볼 때,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정부에게 몇 가지 중요한 정책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첫째, 국가 수준에서 학생들의 어휘력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 현상을 호소하고 있고, 이미 몇몇 연구자들도 농촌 학생들의 심각한 읽기 부진 현상을 밝히고 있지만, 아직 교육부나 국책 연구기관들이 여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둘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어휘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어휘 학습은 교과 내용을 배우는 과정이나 독서를 통해 이루어지고 또 최근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학교에서 어휘력 신장을 직접 겨냥한 학습활동도 체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어휘 교육의 강조는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어휘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도록 촉구한다는 의미도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낙후된 지역이나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 혹은 해체 및 결손 가정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지원을 서둘러 확대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의 실패나 뒤처짐은 이후에 극복하기 어렵지만, 스스로 이를 극복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저소득층이나 결손 가정 아이들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사회적 양극화가 교육격차를 가져오고, 이것이 다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요구된다.



2019. 2. 8.


교육을바꾸는사람들

 

 

출처: http://21erick.org/bbs/board.php?bo_table=07_1&wr_id=100112&DN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