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한국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현황 및 전망

샘연구소 2019. 12. 18. 08:26

한국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현황 및 전망

 

1212일 오전10시부터 1230분까지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한국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현황 및 전망: 지표를 통해 본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의 현주소와 개선과제라는 제목으로 제26회 청소년정책포럼이 열렸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회미래연구원,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 주관이었다.


다음은 이태인 연구원이 올린 참관 후기이다.

 

OECD 국가들의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well-being)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물질적, 교육적 영역에서는 상위권에 속하지만 주관적 행복 영역에서는 최하위수준이다.

이번 포럼의 주요 어젠다는,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이 왜 최하위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이들의 삶의 질을 제대로 측정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들이 방정환재단,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굿네이버스 등의 민간기관들 주도하에 있어왔지만 정책적으로 활용가능한 체계적, 포괄적이면서 시계열 비교, 지역비교, 국제비교가 가능한 지표들은 아직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5년에 한번 실시하는 아동종합실태조사와 3년에 한번 실시하는 청소년종합실태조사를 통해 많은 데이터가 배출되기는 하지만 아동청소년들의 관점에서 무엇이 행불행을 가늠하게하는 기준이 되는지에 대한 고민없이 어른들만의 시각으로 아동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재단하는 것 아니냐는 비평이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건사회연구원, 교육개발원, 육아정책연구소, 그리고 통계개발원은,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삶의 질이 무엇인지 이론을 바탕으로 개념을 정리하고 아동청소년의 삶에서 중요한 영역들(domain)이 무엇인지, 그 영역들을 측정하는 지표들로 어떤 기존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는지, 무엇을 더 측정하는 것이 필요한지, 그리고 아동청소년의 목소리는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를 협동연구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 협동연구에 대한 중간발표회 쯤 되는 것 같다.

 

협동연구단은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을 1)건강, 2)물질적 상황 및 환경, 3)주관적 웰빙, 4)관계, 5)안전/행동, 6)학습/발달역량, 7)여가/활동/참여의 일곱가지 영역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각 영역을 측정하는 123개의 지표를 인구동향조사, 아동종합실태조사, 보육통계, 건강보험통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등의 기존 자료에서 추출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표들을 활용하여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현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아동인구는 줄고 있고,

  • 학급당 학생수, 사망률, 보호대상아동 발생율도 감소추세이다.

  • 규칙적 운동 실천율이 줄고 있고

  • 비만율, 죽고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 아동청소년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 학교가는 것이 즐겁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2013년 이후 비슷하거나 완만한 증가추세이다.

  •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어서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겼던 아동빈곤율은 새로운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시 분석한 결과 OECD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 다시 문제시되고 있다.

  • 부모에게 체벌을 경험한 아이들의 비율이 201139.3%에서 201826%로 하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높고,

  • 부모에게 모욕적인 말을 경험한 비율도 201138.4%에서 201831.3%로 하락했지만 높은 수준이다.

  • 교사에게 체벌당한 비율은 201138.4%에서 201812.2%,

  • 교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경험한 비율은 201130%에서 201818.9%로 하락했다.

  •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감소추세이나

  • 어린이보호구역내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수는 들쑥날쑥하여 2005년 대비 2018년 오히려 증가했다.

  • 물질적 결핍비율, 즉 발달수준에 맞는 책, 야외활동 기구, 현장학습에 참가하기 위한 돈 지불 능력, 인터넷, 적어도 두 켤레의 신발 등 특정 물품이나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없는 아동청소년의 비율을 거미줄차트에서 비교했을 때 일반가구의 아동과 수급가구의 아동들의 응답에 눈으로 봐도 큰 차이를 알 수 있었다..

  • 삶의 중요한 영역별로 주관적인 만족도를 측정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일반아동과 빈곤아동사이의 격차가 보였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초중고생 24명과 초점집단인터뷰를 통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것과 행복하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사한 것에 대한 결과였다.

이들이 초점집단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친구들이랑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아동청소년들의 삶에 있어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얼마나 핵심적인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아동청소년들은 또래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어른들에게 있어서는 관계영역의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또래관계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른들은 잘 모른다는 이야기다.

 

초점집단인터뷰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 중 하나가 아동청소년들의 전자기기와 온라인매체 활용에 대한 인식이었다. 언제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친구들과 축구할 때,” “야구를 하거나 볼 때라는 응답들도 있었지만 방에 혼자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노래 듣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만화책 읽고, 음악 듣고, 유튜브 보는 게 제일 좋아요. 학원, 공부, 시험성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요라고 답한 학생들이 있었다. 유튜브는 일부 어른들의 생각과는 달리 어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보물상자같은 것이다. 모든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을 일괄되게 유튜브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아동청소년들은 유튜브 시간만큼은 행복하다는 것을 어른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전자기기나 온라인매체 활용의 어떤 면이 아동청소년들에게 행복감을 주는지 보다 깊은 연구가 진행되어야겠지만, 유튜브 시간은 누군가의 잔소리나 통제로부터 벗어나 혼자 침대에 누워자유로울 수 있는 회피제의 역할, , ‘학원, 공부, 시험성적 때문에받는 스트레스를 잊어버리게 만들어주는 진통제같은 역할도 어느 정도 하지 않을까. 잔소리, 통제, 스트레스가 적고 학교생활이 신나며 친구들과 활동적인 놀이를 할 기회가 많고 가족들과 대화가 잘된다면, 그때도 우리 아이들은 유튜브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응답할지 의문이 든다.

 

유튜브를 통해 많은 획기적 배움이 일어날 수 있고, SNS를 통해 소통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긍정적 측면도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아동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서 보내는 시간들은 우울, 불안, 당뇨, 비만, 자살 등의 문제들과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온라인 활동이 아동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의 문제는, 아동청소년들이 온라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자율성, 주도성, 공감능력, 예의 등이 함양되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매체의 부정적 영향에 휩쓸리지 않고 온라인 매체를 잘 활용하는 것은 그 활용자에게 얼마나 주도적 힘이 내재되어 있느냐, 얼마나 온라인 상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소통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과는 거리가 멀지만 온라인 매체에 대해 생각해 볼 또 한가지 측면이 있다. Jonathan Haidt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독서와 학교수업, 가정과 지역사회의 어른들을 통해 얻는 정보는 오랜 기간 축적된 고전적 지식과 지혜인 반면, 현대의 아동청소년들이 유튜브나 SNS를 통해 얻는 것들은 또래들로부터 나오는 바로 지금의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이 전통적으로 독서, 가정과 지역사회 어른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나 심부름 등을 하던 자신들의 시간을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볼 때 오래된 지혜와 지식의 전수가 끊어지는 것 아니겠냐는 우려가 등장하는 지점이다.

 

전자기기와 온라인 매체의 활용이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단순한 단선론적 모델을 가지고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동시에 전자기기와 매체활용 부분이 아동청소년의 삶에 있어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무척 커보이기에 연구가 절실히 필요한 영역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영역은 기성 세대, 기성 연구자들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시각과 경험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어른의 시각으로는, 아이들이 내 강아지를 그릴 때,’ ‘드럼 칠 때,’ ‘친구랑 손잡고 어디 갈 때,’ ‘가족이랑 여행 가려고 짐을 꾸릴 때,’ ‘진짜 재밌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행복하다는 정도의 대답을 기대하게 되고, 어떤 아동청소년들이 유튜브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이 슬프고 이런 답을 듣는 현실에 약간은 화가 나려고 한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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